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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돌멩이

입력
2016.11.0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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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한국의 화가들, 러시아의 화가들 사이에 끼어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에서 보름 가량 머문 적이 있다. 모두 열 명쯤 되었다. 바쁜 화가들과 달리 나는 영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하릴없이 해먹에 누워 흔들흔들 책을 읽거나 졸았다. 눈을 부스스 떴을 때 화가 한 명이 바닥에 주저앉아 무언가 조물조물 만지고 있기에 들여다보니 아주 조그만 돌멩이들이었다. 그녀는 팔레트를 열어놓고 돌멩이에다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잠깐 햇볕에 말린 뒤 그녀는 돌멩이들을 주머니에 넣었다. 오다가다 만나는 인연들에게 쥐여줄 거라 했다. 아아. 그렇게 귀여운 인사라니.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나도 꼭 돌멩이들을 주워다 그림을 그려놓고 인사 삼아 쥐여주는 그런 여자가 될 거라고 마음을 먹었더랬다. 물론 금방 까먹고 말았지만.

오늘 동화작가 이상미 선생님의 SNS를 들여다보다가 또 그런 돌멩이를 발견했다. 아픈 어머니가 계신 병원의 자갈길에서 돌멩이를 주워다 그림을 그렸단다. 그리고는 그 길에 돌멩이를 도로 가져다 놓았단다. 무심코 길을 걷던 누군가가 조그만 부엉이가 그려진 돌멩이를 발견한다면 그 그림에 새겨진 쾌유의 기도를 알아차리겠지. 사람이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는 방법이란, 사람이 사람에게 위로를 건네는 방법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흉내쟁이 나는 이번에야말로 정말 까먹지 않고 아파트 앞 자갈길에서 돌멩이들을 주워올 거다. 그림을 그린 돌멩이들을 잔뜩 주머니에 넣고 나와 도로 자갈길에 뿌려둬야지. 씽씽이를 타고 놀던 동네 꼬마들이 “어? 이게 뭐지?” 주워 들고 제 엄마에게 막 뛰어갈 수 있도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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