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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들,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요?

입력
2016.11.0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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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문학상 후보에 오른 ‘러브 레플리카’의 윤이형 작가. 문학동네 제공
한국일보문학상 후보에 오른 ‘러브 레플리카’의 윤이형 작가. 문학동네 제공

소설 속 인물들에 대하여 자주 우리는 이런 상상을 해본다. 직접 만나보고 싶은 사람과 만나기는 싫은 사람. 이 세상 어딘가에 있어줬으면 하는 사람과 있을까 봐 두려운 사람. 이 세상에 있을 법은 하나, 소설이 아니라면 그만큼을 이해해 볼 기회가 없었던 사람….

윤이형의 소설에는 이런 식의 분류로는 도저히 요약을 할 수 없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굳이 유형을 만들자면, 이 세상에 없을 법한 사람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 없을 법한 사람의 내면 깊숙한 곳을 비춰내면서, 윤이형은 이 인물을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지 않느냐고 우리에게 묻는 듯하다. 어딘가에서 분명 만난 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사람인 줄 모르고 지나쳐버린 적이 있을 것만 같은 어렴풋한 기억들과 마주할 뿐만 아니라, 그때 그 사람을 어떻게 대했는지, 그러고도 그 사람을 망각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죄다 마주치는 듯하다.

윤이형의 소설은 언제나 독자의 역할을 크게 남겨 둔다. ‘대니’에서는 인간이 가장 무구해지는 순간은 더 이상 인간에게 있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인간에 대한 정보에 의하지 않고서는 인간답게 작동하는 게 불가능한 로봇만이, 인간애를 지닐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묻는다. 독거노인과 로봇과의 우정을 통하여 작가는 우리로 하여금 조금씩 조금씩 통념을 버리며 이야기에 다가오게 만든다.

특히, ‘루카’의 경우는 더 다양하게 통념을 버리게 만든다. 기나긴 참회와 고백을 늘어놓는 목사에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고 용서도 허락하지 않는 단호한 딸기의 모습 바깥에는, 목사의 고백들을 따라 읽어가며 목사를 이해하고 저절로 용서하게 되는 독자들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소설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용서와 소설 바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용서가 1㎜ 간격으로 비껴간다. 이 비껴감 때문에 우리는 애통함으로 어찌할 줄 모르게 된다. 그러나 이 비껴감 때문에 우리가 애통해지는 것은 아니다. 윤이형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며 우리는 살면서 장착해온 겹겹의, 질기디 질긴, 자잘한 통념들을 하나씩 하나씩 버릴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 통념이라는 겹겹의 담요를 잃어버리고서 추위 속에 내던져진 벌거숭이가 된다.

자발적으로 우리의 통념들을 한겹 한겹 벗어가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것이 윤이형 소설의 힘인 것 같다. 통념을 벗을 자격이 없는 사람과 통념을 벗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제외하는 야무진 입장도 윤이형 소설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다. 얼핏 보아서는 만난 적이 있을 것만 같은 인물들이지만, 실은 윤이형의 소설에서가 아니면 만나볼 길이 없다. 이런 인물들이 흔하게 존재한다고 해도, 통념의 담요를 두르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우리로서는 그런 인물을 발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인물들을 윤이형은 어디서 찾아내는 것일까. 이 세상에 있을 법 하지만 실은 이 세상에 없을 것만 같은 인물들. 윤이형은 미래에서 이 인물들을 데려온 것은 아닐까. 우리가 겪었을 것만 같은 이야기인 듯 보이지만, 실은 조만간 우리가 겪게 될 이야기 속에서.

김소연 시인

작가 약력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2005년 단편 ‘검은 불가사리’로 중앙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셋을 위한 왈츠’ ‘큰 늑대 파랑’, 경장편 ‘개인적 기억’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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