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전문가’ 워너 페베 교수 인터뷰
“파킨슨병 환자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을 충실히 먹으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
‘파킨슨병 치료 전문가’ 워너 페베(사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 신경과 교수는 본보와 인터뷰에서 파킨슨병 환자의 복약 순응도(환자가 약물 복용 시 처방에 잘 따르는 정도)가 낮으면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페베 교수는 지난달 28~30일 제주에서 열린 제1회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 국제 학술대회에서 ‘파킨슨병에 있어 운동합병증 관련 치료의 관리’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학술대회는 각국의 파킨슨병과 이상운동질환에 대한 현황을 듣고 교류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파킨슨병은 우리나라에서도 65세 이상인 고령인의 3% 정도가 영향 받고 있는 대표적인 노인성 신경 퇴행성 운동장애질환이다. 운동장애를 조절하기 위해 도파민 전구체인 L-DOPA(레보도파)가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파킨슨병의 근본 원인인 점진적인 도파민 신경세포의 기능 퇴화를 막을 수 있는 치료제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페베 교수는 “L-DOPA는 40여 년간 쓰여 온 아주 오래된 약물이지만 아직까지 파킨슨병 치료에 가장 확실한 효과를 나타낸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복용을 늘려야 하고,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 문제”라며 “특히 이 약은 작용시간이 6시간밖에 되지 않는 등 반감기(半減期)가 짧고 장기간 사용하면 이상운동증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또한 “환자가 밤에 자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려 해도 움직이지 못하고, 아침에 경직이나 떨림 현상이 나타나는 ‘이른 아침 증상(early morning symptom)’이나 낮에도 약효가 소진되는 ‘오프 타임(off time)’ 증상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L-DOPA를 하루 3~6회 복용할 경우, 두뇌에서 도파민처럼 생리조절을 완전하게 할 수 없어 기복이 발생하고 점점 더 이 약물에 의존하게 됩니다. 초기에는 긴 시간 동안 충분히 효과가 나타나지만, 복용 후 4시간 뒤, 다음에는 3시간 뒤 그 다음에는 더 짧은 시간 내에 이상운동증상이 나타나면서 결국 ‘L-DOPA 유발 이상운동증’이라는 부작용을 겪게 되지요. 그러므로 L-DOPA는 분명히 한계가 있고 장기 복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이상운동증에 대응하기 위해 보조요법이 필요합니다.”
파킨스병 환자는 병의 상태나 단계에 따라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페베 교수는 설명했다. “파킨슨병 환자 가운데 일부는 전형적인 증상인 떨림만 문제라고 얘기하는 환자가 있는 반면 떨림은 전혀 없고 보행장애나 경직, 글씨를 쓰고 단추를 잠글 때 불편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하는 환자도 있지요. 일부 환자들은 우울증이나 기립성 고혈압 등 비운동증상을 가장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그는 많은 사람이 파킨슨병에 걸리면 사망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 파킨슨병 발병 후 15년 동안은 일반인과 환자 사이에 사망률 차이가 없고, 20년 이상 파킨슨병이 진행된 경우 사망률이 20%정도 많았습니다. 따라서 파킨슨병은 사망으로 이어지는 질환이 아니기에 환자가 두려움을 가지지 말았으면 합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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