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소유권에 영향 안 미쳐
직장인 황모(32)씨는 최근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로 하고 필요한 서류를 모두 제출했지만 정작 집주인이 제때 동의해주지 않아 하마터면 대출을 받지 못할 뻔했다. 은행이 황씨의 전세자금 대출에 ‘질권’(우선변제권)을 설정한 뒤, 이런 사실을 담은 통지서를 집주인에게 보냈지만 통지서 수령 시 부동산 소유권에 불이익이 있을까 오해한 집주인이 통지서 수령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황씨는 은행 직원까지 대동해 질권 설정과 부동산 소유권 사이에 아무 관련이 없다는 걸 설명한 뒤에야 집주인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7일 예비 세입자가 임대인의 불필요한 오해로 전세자금 대출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집주인의 협조 필요 사항과 세입자 행동 요령을 담은 ‘표준안내서’를 도입, 이달 중 전국 은행 영업점과 부동산 중개업소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에서 빌리는 전세자금 대출은 모두 서울보증보험 등 정부 산하 보증기관의 보증 아래 이뤄진다. 때문에 은행들은 전세자금 대출 때 반드시 대출에 대한 우선적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조치를 취한다. 전세대출에 채무 우선 변제 권리인 질권을 설정하거나, 대출자가 채권을 은행 또는 보증기관에 양도하도록 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관련 내용을 담은 통지서를 집주인에게 보내 집주인의 승낙을 얻거나, 통지서를 잘 받았다는 확인을 받아야만 세입자에게 전세대출금이 집행된다.
이 같은 절차는 은행이 전세대출금에 대한 우선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임차인과 체결하는 계약인 만큼 집주인의 부동산 소유권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질권과 같은 용어가 워낙 생소하다 보니 복잡한 법률관계에 얽히는 걸 우려해 집주인 중 일부는 아예 전세대출을 거절하기도 한다”며 “전세대출을 희망하는 예비 사업자는 미리 집주인에게 얘기하고 표준안내서를 활용하면 집주인의 협조를 더 수월하게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집주인이 질권 설정을 꺼린다면 집주인 동의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예컨대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대출은 원칙적으로 질권 설정이 필요 없다. 반면 서울보증보험,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하는 상품은 질권 설정을 한다.
하지만 주택금융공사 상품을 이용하더라도 전세계약이 실제로 이뤄졌는지를 집주인에게 확인하는 절차는 반드시 거치도록 돼 있는 만큼 전세대출 신청 전 집주인에게 미리 얘기해두는 게 낫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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