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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광화문의 교복부대

입력
2016.11.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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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서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중고등학생들의 집회 준비팀' 학생들과 전국에서 자발적로 모인 중고생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청소년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서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중고등학생들의 집회 준비팀' 학생들과 전국에서 자발적로 모인 중고생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청소년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가장 돋보인 존재는 중고생들이었다. 이들은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모이기 전인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따로 열고 시국선언을 했다. 서울은 물론 수원, 파주, 춘천, 전주 등 전국에서 몰려온 중고생이 족히 500명은 되어 보였다. 그 중에는 교복을 입거나 학생가방을 멘 청소년도 적지 않았다. 공부에만 몰두하거나 게임에 미치고 연예인만 쫓아다니는 줄 알았던 청소년들이 민주주의를 함께 외치는 광경이 낯설고도 신선했다.

▦ 실은 민주주의의 현장에 청소년들이 오래 전부터 함께하고 있었다. 1960년 4ㆍ19 혁명은 마산상고 1학년 김주열에 의해 점화돼 중동고 등 고교생들의 희생으로 완성됐다. 1980년 5ㆍ18 민주화운동 때는 광주대동고 3학년 전영진이 계엄군의 총탄에 목숨을 잃는 등 고교생의 참여가 많았다. 1987년 6월 항쟁 때도 청소년들이 힘을 보탰다. 2013년에는 18대 대통령 선거에 국정원이 개입했다고 규탄하는 청소년 시국선언이 있었다. 당시 청소년들은 “대통령 선거보다 반장 선거가 더 공평하다”고 주장했다.

▦ 청소년들은 5일 촛불집회에서도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중고생연대’ 깃발을 휘날리며 청와대 방향 진출을 시도하고 종로 거리 행진을 이끌었다. “저희가 배운 민주주의는 어디 갔습니까”라는 종이 팻말과 “중고생이 일어났다”는 구호에 부끄러워하는 어른이 적지 않았다. “이런 나라에서 공부를 해도 아무런 희망이 없습니다(D-12)”고 쓴 종이를 들고 있던 고3 학생은 수능시험이 12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공부보다 민주주의의 회복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 집회에 친구를 더 많이 데려 오겠다는 중고생도 많다.

▦ 언론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혜입학에 대한 분노 때문에 중고생이 모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는 대통령 퇴진, 교육제도 개혁, 학생인권 보장, 셧다운제 폐지, 중고생선거권 보장 등 민주주의 전반으로 확대돼있다. 문제는 청소년들의 주장이 이렇게 번듯한데도 아직 정신 못 차리는 어른이 있다는 점이다. 극우단체인 엄마부대의 주옥순 대표는 집회 참가 여고생을 때려 조사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 팬카페인 박사모는 중고생의 배후에 종북주의가 있다고 주장해 “역시 박사모답다”는 빈축을 샀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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