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 유일하게 최순실(60ㆍ구속)씨 회사에 직접 35억원을 지원한 삼성에 대해 검찰의 집중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는 최씨를 상대로 삼성 측에 먼저 돈을 요구했는지, 삼성 측의 편의를 봐주도록 힘썼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은 앞서 삼성 측이 지난해 9~10월 여러 국내 은행과 독일 은행 계좌를 거쳐 최씨 모녀가 소유한 독일 회사인 코레스포츠인터내셔널(비덱스포츠의 전신) 계좌에 280만유로(당시 환율 기준 35억원)를 분산 이체한 사실을 포착했다. 이밖에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20)씨를 위해 수백억원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삼성과 최씨 간 유착설이 커지고 있다.
대한승마협회 회장사(社)로서 승마 선수를 지원하기 위한 명목이라는 게 삼성의 해명이나, 승마협회나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거치지 않고 비선실세인 최씨 측에 직접 돈을 건넨 점이 의혹의 핵심이다. 검찰은 삼성이 그룹 경영권 승계나 합병 등과 관련해 정부기관에 편의를 봐달라고 청탁하고 돈을 건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만약 최씨가 삼성 측에 지원금을 적극적으로 강요하는 등 사실상 협박을 했거나 대가를 약속하고 지원금만 챙겼다면 최씨에게 공갈이나 사기 등의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 안종범(57ㆍ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나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관여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삼성 측은 긴장한 모습이다. 삼성 측은 앞서 “지난해 승마협회 회장사로서 독일 헤센주 승마협회장을 지낸 사람이 대표로 있던 코레스포츠와 10개월짜리 컨설팅 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최씨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설립된 지 3개월밖에 안 된 신생회사인 비덱스포츠가 지원금을 받아 정씨의 말을 구입하는데 썼고 이밖에 다른 실적도 없어 삼성 측이 정씨에게 특혜 지원을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박상진(삼성전자 사장) 승마협회 회장과 황성수(삼성전자 전무) 부회장이 최씨의 귀국 이틀 전인 지난달 28일 중국 프랑스 등을 경유해 독일로 출국했던 점도 의혹을 증폭시킨다(본보 11월 3일자 1ㆍ5면). 수사에 앞서 독일 현지에서 최씨 측과 ‘입 맞추기’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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