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하드웨어-비브 플랫폼 결합
IoT 시대 기술 리더십 확보 강조
첫 작품은 내년 출시 갤S8 전망
자연어 인식 기능 정확도 높여
냉장고 등 기기 초월 적용 목표
“비브랩스의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스마트폰과 가전 등 삼성전자의 다양한 제품과 통합, 사물인터넷(IoT) 시대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인수한 미국 AI 플랫폼 개발업체 ‘비브랩스’의 경영진을 만나 한 말이다. 이는 이 부 회장이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된 뒤 내린 사실상의 첫 특명이다. 스마트폰을 비롯 다양한 가전에 AI 플랫폼을 심어 AI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큰 그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부회장이 비브랩스를 인수한 것도 이러한 구상 아래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비브랩스는 애플의 음성인식 기반 AI 비서 서비스 ‘시리’를 만든 핵심 개발자들이 애플을 떠나 2012년 설립한 업체다. 직원은 20여명에 불과하지만 기술력은 세계 최고다. 특히 비브랩스의 AI 플랫폼은 외부 업체들도 별도 계약을 맺거나 기술을 익히지 않아도 자유롭게 자사 서비스와 연결할 수 있는 개방형이다. 누구나 쉽게 삼성전자 비브랩스의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더 큰 AI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AI를 둘러싼 구글이나 애플과의 미래 한 판 승부에 대비하겠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에 인수합병(M&A)된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다그 키틀로스 비브랩스 최고경영자(CEO)와 아담 체이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출시되는 갤럭시S8이 비브랩스의 AI 플랫폼이 탑재된 삼성의 첫 작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갤럭시S8은 삼성전자와 이 부회장이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제품이기도 하다. 체이어 CTO는 갤럭시S8의 혁신에 대해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피자나 커피를 주문하려면 각각의 응용 소프트웨어(앱)를 이용해야 하지만 갤럭시S8에선 음성 명령만으로 원하는 것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키틀로스 CEO는 “갤럭시S8은 새로운 기술의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가 달리고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기기를 삼성 AI 플랫폼과 연결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냉장고에 대고 “휴대폰에 있는 사진들을 TV로 보여줘”라거나, 전자레인지를 향해 “저녁 약속에 늦는다고 문자 보내주고, 택시 좀 예약해줘”라는 식으로 ‘기기를 초월해’ 명령을 내리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삼성전자와 비브랩스는 자연어 인식 정확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개발을 총괄하는 이인종 부사장도 “AI 비서가 제 역할을 하려면 언어 자체뿐 아니라 맥락까지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며 “완벽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AI 시대를 여는 데 있어 최적의 협력 업체란 게 비브랩스의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다양한 가전을 직접 생산하고 있는 데다 세계 어디서나 누구라도 사용 가능한 AI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이 비브랩스의 목표와 일맥상통한다. 카틀로스 CEO는 “요즘 아이들이 인터넷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삼성 AI 플랫폼을 이용하게 될) 다음 세대는 우리에게 ‘어떻게 인공지능 없이 살았느냐’고 묻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