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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의 '시대유감' 5

입력
2016.11.0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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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들이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의 철저한 수사와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문화예술인들이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의 철저한 수사와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시대유감. 온 국민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정 혼란을 온몸으로 느끼며 고통 받고 있다. 여기저기서 시국을 한탄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물론 음악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부터 부조리한 현실을 비꼬고 소신을 담아낸 노래로 대중의 답답한 속을 긁어주는 건 대중가수들만이 가진 특권이기도 했다. 특히 청소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아이돌 그룹이 쏟아내는 거침 없는 사회 비판과 기성세대를 향한 불만은 그 자체로 화제를 모으며 대중음악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최근에야 남녀 간의 가벼운 사랑고백과 의미를 알기 힘든 가사가 넘쳐나지만 불과 10~20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돌 그룹의 사회 비판은 대중가요 트렌드 중 하나였다. 그래서 준비했다. 사회를 향해 거침없는 쓴 소리를 내뱉은 아이돌 그룹 4.

◆ ‘발해를 꿈꾸며’, 서태지와 아이들

서태지와 아이들 3집 ‘발해를 꿈꾸며’.
서태지와 아이들 3집 ‘발해를 꿈꾸며’.

1994년 발매된 서태지와 아이들 3집의 타이틀곡으로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곡으로 서태지는 단순히 20대 초반의 아이돌 가수가 아닌, 시대를 고민하는 의식 있는 뮤지션의 입지를 다지게 된다.

‘진정 나에겐 단 한가지 내가 소망하는 게 있어/갈려진 땅의 친구들을 언제쯤 볼 수가 있을까/한민족인 형제인 우리가 서로를 겨누고 있고/우리가 만든 큰 욕심에 내가 먼저 죽는 걸/난 지금 평화와 사랑을 바래요’

1집 ‘난 알아요’와 2집 ‘하여가’에 비해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당시 서태지란 뮤지션만이 시도할 수 있는 가사와 음악이었던 건 분명하다. 강원 철원군의 옛 조선노동당사 앞에서 촬영한 뮤직비디오 역시 화제를 모았다. 이 곡은 2002년 고교 음악 교과서에까지 실린다.

교육 현실을 꼬집는 대중가요의 시초라고 할 만한 ‘교실이데아’도 이 앨범에 함께 수록돼 있다.

◆ ‘학원별곡’, 젝스키스

젝스키스는 1997년 데뷔곡으로 획일화된 교육현실을 꼬집은 ‘학원별곡’을 선보였다.
젝스키스는 1997년 데뷔곡으로 획일화된 교육현실을 꼬집은 ‘학원별곡’을 선보였다.

해체 16년 만에 최근 컴백해 화제를 모은 그룹 젝스키스의 1집 타이틀 곡이다. 성적지상주의와 획일화된 입시교육 방식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가사로 발표 당시 청소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20여 년 전 젝스키스가 꼬집었던 국내 교육현실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2016년 현재 진행 중이다.

‘음악 미술은 저리 미뤄두고/국영수를 우선으로 해야/아리 아리 아리 인정받고 일류 대학으로 간다/모두의 친구는 모두의 적/모두가 서로 모두 밟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시험성적이란 잣대로만 평가 받던 청소년들을 대변하는 가사와 ‘내가 수학시간 공부했던 방정식들이 어떤 도움이 되나/만일 영어 시험에서 백 점 맞는다고 아메리칸 맨과 말이 통하나’ 같은 직설적인 메시지로 기성세대에 일침을 가했던 곡으로 평가 받는다.

마치 타령을 듣는 듯한 국악 멜로디와 강렬한 비트의 댄스가 접목된, 발표 후 약 20년이 흐른 지금 들어도 예사롭지 않은 스타일의 곡이기도 하다.

◆ ‘아이야’, H.O.T

HOT가 1999년 4집 타이틀곡으로 선보인 ‘아이야’.
HOT가 1999년 4집 타이틀곡으로 선보인 ‘아이야’.

H.O.T가 1999년 9월 발표한 4집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그 해 6월 발생한 ‘씨랜드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씨랜드 참사란 경기 화성군에 있던 청소년수련관씨랜드에서 화재가 발생해 유치원생 등 수십 여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피우지도 못한 아이들의 불꽃을 꺼버리게 누가 허락했는가/언제까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반복하고 살텐가’

음반 발매 3개월 전 발생한 이 비극적 참사는 국내 대부분의 대형사고가 그렇듯 안전의식 부족과 시설 미비로 인한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평가되고 있다. 무려 17년 전 발표곡임에도 가사가 주는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들이 추구하는 모든 것들/언제나 그 안에 욕심은 없는지 지켜내야 해/다음 세기가 올 때까지’

H.O.T는 1996년 1집 ‘전사의 후예’로 학교폭력을, 3집 ‘열맞춰’로 개성 없이 획일적인 기준을 강요하는 현실을 비판했고 5집 ‘아웃사이드 캐슬’에선 소외 받는 약자들과 일반 사람들이 전혀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앨범마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 눈길을 끌었다.

◆ ‘레드라이트(Red Light)’, 에프엑스(f(x))

2014년 7월 발매된 에프엑스의 3집 타이틀곡이다. ‘레드라이트(Red Light)’는 경고를 상징하는 빨간 불, 즉 적색경보란 의미를 지녔다. 이 곡이 발표되자 당시 네티즌들 사이에선 3개월 전 온 사회를 비극에 잠기게 한 세월호 참사를 다룬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최선이란 변명 내겐 의문투성이일 뿐/눈 크게 떠 거기 충돌 직전 폭주를 멈춰/그 앞에 모두 침몰할 때 켜졌어 Red Light’ 등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키는 가사 때문이었다.

음반 발매 전 공개된 이 곡의 티저 영상에서도 에프엑스 멤버들과 ‘방치되다’ ‘안전하다’ ‘위험하다’ 등의 문구가 등장하며 이 곡이 세월호 참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뭐가 잘못된 건지도 모른 채’ 사고를 예방하기는커녕 제대로 수습조차 하지 못하는 당국의 무능력을 꼬집었고 ‘기적은 오는 걸 너무 오래 걸렸지만/파란불 우린 기다려 원해/폭주를 멈춰’ 등 그럼에도 희망을 발견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 ‘No More Deam’, 방탄소년단

10대들의 고민과 혼란스러움을 대변하는 그룹 방탄소년단.
10대들의 고민과 혼란스러움을 대변하는 그룹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은 주로 ‘소년’들이 당면한 고민과 방황을 가사에 담아왔다. 꿈 꾸는 것 자체를 포기한 채 무기력해 진 10대들의 혼란스러움을 폭로한 ‘No More Dream’으로 2014년 가요계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이후 발표한 곡들에서도 청춘들을 대변해왔다.

‘어른들과 부모님은 틀에 박힌 꿈을 주입해/장래희망 넘버원, 공무원/시간낭비인 야자에 돌직구를 날려 지옥 같은 사회에 반항해’ 같은 식이다.

20여 년 전 H.O.T와 젝스키스가 청소년들의 억압된 자아와 꿈을 대변하며 폭발적인 지지를 받은 이후 사라져 버린 아이돌 그룹의 현실비판을 최근 방탄소년단이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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