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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재단 유일 사업 ‘에콜 페랑디 유치’ 없던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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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재단 유일 사업 ‘에콜 페랑디 유치’ 없던 일로

입력
2016.11.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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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으로 서울에서 열린 '소 프렌치 델리스'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에콜 페랑디에서 온 에릭 트로숑 실습교수. 에콜 페랑디 홈페이지
지난 3월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으로 서울에서 열린 '소 프렌치 델리스'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에콜 페랑디에서 온 에릭 트로숑 실습교수. 에콜 페랑디 홈페이지

미르재단이 추진하는 것으로 공개된 유일한 사업이자 박근혜 대통령이 한식세계화의 큰 성과라고 극찬했던 프랑스 요리학교 에콜 페랑디 분교 유치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설립하자마자 기업들에게서 500억원 가까운 기부금을 끌어 모아 출범한 비영리 공익재단인 미르는 1년 간 수십억원의 운영비만 탕진한 채 ‘최순실 게이트’로 사라지는 꼴이 됐다. 박 대통령이 4일까지 두 차례 대국민 사과에서 거듭 “국민을 위한 것”이었다고 한 말이 무색하다.

4일 한국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에콜 페랑디 관계자들은 지난 9월 말 ‘페랑디-미르 학교’를 설립하기로 한 서울 중구 ‘한국의집’ 내 취선관을 방문한 뒤 설립 불가 의견을 미르재단에 보내왔다. 분교 유치 조건 중 하나인 실습 레스토랑 설립 요구를 한국의집이 수용하지 않은 것이 이유였다. 한국문화재재단이 운영하는 한국의집은 혼례나 공연, 음식 판매 등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를 알려온 곳으로, 여기에 프랑스 요리학교의 실습레스토랑을 만드는 것은 설립 취지 및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처음부터 많았다. 이에 따라 문화재재단은 페랑디-미르 학교를 한국의 집에 둔다는 내용을 담은 미르재단과의 업무 협약을 해지한다는 문서를 지난달 12일 재단쪽에 보냈다.

미르재단은 설립 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 에콜 페랑디와 “파리에 있는 페랑디에는 한식 과정을 정규 커리큘럼에 포함시키고, 서울에는 페랑디의 첫 해외 분교를 설립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박 대통령도 지난 3월 열린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행사에서 “프랑스의 세계적인 요리학교인 에콜 페랑디가 한식과의 창조적인 융합을 통해 같이 세계에 진출하는 것을 모색하고자 한국에 요리학교를 세우고, 또 프랑스의 에콜 페랑디 안에 한식과정을 만드는 것은 참 의미가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미르재단 김형수(앞줄 왼쪽) 이사장과 에콜 페랑디 브루노 드 몽트(앞줄 오른쪽) 국장이 프랑스 파리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 모습. 에콜 페랑디 홈페이지
지난해 11월 미르재단 김형수(앞줄 왼쪽) 이사장과 에콜 페랑디 브루노 드 몽트(앞줄 오른쪽) 국장이 프랑스 파리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 모습. 에콜 페랑디 홈페이지

하지만 에콜 페랑디와 협력은 애초 미르재단이 시작한 것이 아니라 한식세계화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2013년부터 공들인 것이었다. 특히 지난 9월 취임한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주도로 2013년 에콜 페랑디 교내에서 ‘공동 수출농식품 홍보사업’을 진행하고, 2014년 ‘페랑디 최초 한국요리 강좌’를 실시하는 등 해외 한식교육 사업이 활발할 당시 aT 사장이었다.

주력사업이던 한식 해외홍보 사업을 미르재단에 넘긴 것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최순실씨 검찰 조사를 계기로 불거지자 농식품부는 해명자료를 낸 데 이어 1일 해명 간담회까지 열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식 관련 사업들이 분산 추진되고 있다는 국회 지적에 따라 한식재단으로 단계적 사업 일원화를 추진해왔으며, 에콜 페랑디 관련 사업도 올해부터 한식재단으로 넘기게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사업을 가져간 곳이 한식재단이 아니라 미르재단인 데 대해서는 “각 기관의 업무 사정”이라고 얼버무렸다.

박 대통령이 찬사를 보낸 에콜 페랑디 분교 유치는 최순실씨와 차은택씨가 사실상 결정권자였다는 게 미르재단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에콜 페랑디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는 최순실씨와 차은택 감독이었다”며 “추진 과정에서 차 감독이 호출해 회의에 가면 그 자리에 항상 최씨가 있었고 거기서 차 감독이 예산 사용과 사업 방향에 관한 주요 의사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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