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정보 공개하라”요구에
“시장 뺏길라 억지 시비” 반발
성형 시장의 핵심 의약품인 보톡스의 원료를 둘러싸고 국내 1위 기업과 2,3위 업체가 상호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한쪽은 안전성을 이유로 원료의 유전자 정보를 공개할 것을 압박하고 나섰고, 다른 쪽은 시장을 뺏길 것을 우려한 경쟁사의 무리한 요구라고 받아치고 있다.
보톡스를 출시한 국내 3사 중 하나인 메디톡스는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자사 보톡스 제품 원료인 보툴리눔균의 전체 유전자 정보를 공개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대웅제약이 우리 회사와 미국 위스콘신대, 다국적제약사 앨러간이 보유하고 있는 보툴리눔균과 유전자가 일부 동일한 균을 사용하고 있는데 출처가 명확하지 않다”며 “메디톡스의 명성에 편승하려 하지 말고 유전자 정보를 공개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자사 보툴리눔균을 흙에서 추출했다고 반박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해당 균은 미국과 캐나다 이탈리아 스위스 중국 브라질 등 세계 곳곳의 토양에서 발견된다”며 “흙에서 찾아낸 미량의 균을 보톡스 제조용으로 다량 배양해내는 게 기술력”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톡스 제조사 휴젤도 부패한 통조림에서 보툴리눔균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과 휴젤은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받은 제품에 대해 유전자를 공개하라는 건 메디톡스의 억지라는 입장이다.
메디톡스는 안전을 이유로 유전자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학계에선 유전자가 제품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세 회사의 보툴리눔균 유전자 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균 자체가 아니라 균이 만들어내는 단백질로 보톡스를 만들기 때문이다. 한 미생물 연구자는 다만 “만약 다른 기업의 균 정보를 몰래 활용했다면 문제가 될 순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메디톡스 기술은 3년 전 미국에 수출됐는데 기대보다 상업화 진행이 더디고, 우리 제품은 최근 미국에서 임상시험이 끝나 내년 초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국내 시장 점유율 40%의 메디톡스가 해외시장을 경쟁사에게 뺏길 것이 두려워 균의 출처 논란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휴젤 역시 최근 중국 수출을 늘리며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국내 보톡스 시장의 규모는 1,000억원 안팎이었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촉발된 3사의 보톡스 난타전을 지켜보는 제약ㆍ바이오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미약품 사태 이후 악화한 여론의 눈총이 더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신뢰 회복을 위해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업계 내부에서 밥그릇 싸움만 하는 걸 보니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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