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명 중 110여 명 참석
‘지도부 사퇴 여부’ 의견 반반 갈려
초반 막말ㆍ고성으로 난장판
강석호 “李대표 안 물러나면
내주 월요일 최고위원직 사퇴”
정진석도 “예산안 심의 마무리되고
거국내각 구성 후 원내대표 사퇴”
靑 노골적 인사개입 사실 공개도
비박계의 지도부 퇴진 요구로 4일 오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는 시작부터 고성과 반말이 오가며 극심한 내홍의 단면을 보였다. 사퇴 논쟁이 더디게 진행되자,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의와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되는 대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조건부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 이정현 대표는 의총 마지막에 즉각 사퇴를 최종적으로 거부했다.
이날 의총에는 소속 의원 129명 중 110여명이 참석했고, 이중 3분의 1이 넘는 44명이 발언을 신청해 6시간30분가량 이어진 ‘끝장토론’ 분위기였다. 발언을 신청한 의원들 기준으로 보면 현 지도부 사퇴 여부에 대해서 반반으로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고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밝혔다.
이날 의총은 전체 토론 과정을 공개할지 여부를 두고 대립하면서 초반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비박계 3선 이종구ㆍ권성동ㆍ김세연 의원과 김무성계 3선 김학용ㆍ김성태 의원이 “의총은 공개가 원칙이니 공개로 진행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총은 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원내대표나 출석한 의원 10명 이상이 요구를 할 때는 출석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비공개로 할 수 있다는 당헌을 들이댄 것이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그간 원내지도부가 비공개로 결정해왔다”며 관례를 따라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비공개로 하려면 절차를 밟으라”며 일부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거듭 외쳤고, 정 원내대표가 “뭘 물어보고 하느냐”며 반말로 맞받으면서 의총장이 일순간 소란해졌다. 김성태 의원은 “지금 겁박하는 거냐”며 “사과하고 의사진행을 똑바로 하라. 모든 걸 원내대표 혼자 결정하는 거냐”고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한 비박계 의원이 강성 친박계 의원을 향해 “이 거지 같은 ○○”라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결국 정 원내대표가 사과하면서 초반의 말싸움은 잦아들었다.
논란 끝에 의원들의 거수투표로 비공개로 이뤄진 의총에선 초반부터 지도부 퇴진 주장이 강하게 쏟아졌다. 김재경 홍문표 이학재 박맹우 김기선 이종구 윤상직 박인숙 김성태 오신환 김현아 의원 등이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위기에 직면한 당정청의 쇄신을 위해 지도부 퇴진이 불가피하다고 십자포화를 쏟아부었다. 비박계 강석호 최고위원은 이날 “이 대표가 대통령에게 쓴소리 한마디 못한다는 게 국민여론”이라며 “대표가 끝까지 물러나지 않으면 다음주 월요일 최고위원회의 때 나부터 직을 던지겠다”고 이 대표를 압박했다.
반면 박대출 이채익 엄용수 의원 등 친박계는 지도부를 엄호했다. 박 의원은 “승객을 두고 도망 간 세월호의 선장이 아니라 타이타닉호의 음악대가 되어 끝까지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지도부 퇴진에 반대했다.
의총 분위기는 막판에 이 대표가 거취에 대해 불분명한 태도를 밝히면서 다시 술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앞으로 제 거취에 대해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조금만 더 기회를 주면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즉각 사퇴는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이 대표와 친박계가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에 이 대표가 홀로 결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란 관측이 나온다. 친박계에선 친박계 다수가 차지하고 있는 지도부가 퇴진해 비박계 주도의 비대위가 꾸려지면 우리는 끝장이라는 위기감이 크다.
앞서 정 원내대표는 이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졌는데 당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나갈 수 없다”며 “예산심의가 마무리되고 내각이 자리를 잡으면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은 다음달 2일이다.
정진석 “청와대서 인사 개입” 인정
한편 정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비공개 시간에 의원들에게 청와대의 노골적 인사개입 사실을 공개했다. 정 원내대표는 “청와대에서 원 구성하라면서 상임위원장과 간사 명단까지 적어 보내왔지만 찢어버렸고 청와대에서 요구한 비대위원장 후보도 거부했다”며 “(대통령에게) 정진석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까지 해 대통령이 현 전 수석을 날린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는 선출 이후 이 문제로 현 전 수석과 언성을 높이며 얼굴을 붉히는 등 갈등설이 돌았지만 부인했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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