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후보자 소신 발언
“여야 협치 구도 만들게 되면
대통령 당적 문제 크게 완화…
그래도 국정 발목 땐 탈당 건의”
주요 현안 朴대통령과 대척점
“野의 반발 무마 노림수” 해석
2006년 낙마 논문표절 논란엔
“날짜 잘못 본 것” 강하게 부인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대통령의 탈당, 개헌, 국정교과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박 대통령과 대립 각을 세우며 거침없이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총리 지명에 대한 야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박 대통령과 대척 점에 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후보자는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박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 “헌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총리가 여야 협치 구도를 만들게 되면 대통령의 당적 보유 문제는 크게 완화되리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대통령의 당적이 국정에 계속 발목을 잡으면 총리가 대통령의 탈당을 건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권에서 “대통령이 먼저 당적을 정리해야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할 수 있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보조를 맞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총리의 역할을 강화해 여야 대결구도를 완화하면 대통령 당적 문제가 희석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어 또 다른 비난을 자초할 수 있는 발언이다.
김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전격 제안한 개헌에 대해 “국민과 국회가 주도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은 옳지 않다”고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 특히 “대통령 생각은 모르지만 내 생각은 그렇고, 아무튼 대통령 생각과 다르다면 다른 것”이라며 대통령과의 마찰도 얼마든지 감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우리 사회를 진영논리로 가르며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국정교과서 채택에 대해 김 후보자는 “교과서의 국정화라는 것이 과연 합당하고 지속될 수 있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며 “국정 교과서뿐만 아니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도 대통령과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정부가 이미 결정한 사안도 얼마든지 뒤집어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사드 성주 배치 문제는 외교ㆍ안보 사안이자 사회적 현안에 속해 앞으로 박 대통령과 김 후보자의 입장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김 후보자가 사드 배치에 반대 입장을 밝힐 경우, 그와 박 대통령은 책임 총리 권한의 시험대에 서게 된다.
김 후보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서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대통령의 권력과 보좌체계의 문제”라며 “또한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대통령의 힘을 행사하는 메커니즘에 (문제가)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검찰 수사와 관련,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면서 “헌법 규정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이 있지만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조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국가 원수인만큼 법 절차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단서를 달긴 했지만, 검찰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찌감치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라고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2006년 교육부총리 취임 13일 만에 논문표절 논란으로 낙마한 상황에 대해 “저는 아시다시피 표절하지 않았고, 오죽했으면 표절했는지 청문회를 하자고 제가 요청했겠느냐”며 “(논문의) 날짜를 잘못 확인하고 제 박사학위 논문을 보지 않은 과정에서 (표절이라는 판단이) 나온 것”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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