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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 에번스

입력
2016.11.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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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11.4

포토 다큐 작가 워커 에번스가 1903년 오늘 태어났다.
포토 다큐 작가 워커 에번스가 1903년 오늘 태어났다.

사진작가 겸 기자 워커 에번스(Walker Evans)는 기록 매체로서의 사진의 예술성을 개척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회화의 미학에 최대한 근접함으로써 사진의 예술성을 획득하려던 경향과 거리를 두면서 회화가 넘보기 힘든 사진만의 기능, 즉 명료한 직설의 미학으로 사진의 독자적 예술성을 구현하고자 했다.

에번스가 사진작가로 데뷔한 것은 20대 중반이었다. 프랑스 문학에 심취해 작가를 꿈꾸며 파리에서 유학했던 그가 돌연 사진을 택하게 된 경위는, 친분이 있던 몇몇 예술가들의 권유가 있었다고는 하는데, 썩 석연치 않다. 그가 보기에 전후 1920년대의 세계가 그가 좋아하던 작가들- 고띠에르, 플로베르, 보들레르, 발레리 등등-처럼 문장으로 쫓아 가기에는 너무 다급해 보였을지 모른다. 에번스의 초기 인물과 풍경의 머그샷 같은 사진들은, 수전 손택의 표현을 빌어 말하자면, 그가 해석에 반대한 다큐멘터리 작가였음을 말해준다.

그를 유명하게 한 1930년대 미국 농업안정국(FSA, Farm Security Administration) 프로젝트는 역설적으로 그로 하여금 사진과 예술에 대한 고민을 가장 격렬하게 하게 한 계기였다. 루스벨트 정부는 공황기 뉴딜정책의 선전 방편으로 사진을 택했고, 일군의 사진 작가를 남부 농촌지역에 파견했다. 그들은 뉴딜정책의 절박성을 호소할 수 있는 가난의 참경, 또 정책의 성과를 알릴 수 있는 부활과 재생의 드라마를 원했다. 지난 5월 서울 옥인동 ‘갤러리 룩스’에서 열린 ‘폐기된 사진의 귀환: FSA 펀치 사진전’이 보여주듯, FSA의 작업은 철저한 ‘선택의 권력’이 개입된 작업이었다. 저 프로젝트를 지휘한 경제학자 로이 스트라이커는 27만여 점의 사진 중 의도에 맞지 않는 사진 10만여 점 원판에 구멍을 뚫어 폐기했고, 그 일부를 전시한 게 저 사진전이었다.

훗날 에번스는 “나는 예술가가 인간의 삶의 조건을 직접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드러내는 데 관심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런저런 소송에 걸려 20여 년 뒤에나 세상에 공개된 그의 뉴욕지하철 ‘몰카’작업은 피사체의 가면(자기검열)조차 회피하기 위한 시도였을 것이다.

그가 빼어난 포토다큐 작가라면, 그것은 그가 다큐의 한계에 대한 고민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1903년 11월 4일 워커 에번스가 태어났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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