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ㆍ쌍꺼풀ㆍ눈썹 모양 달라”
온라인서 진위 논란 급속히 번져
법조계선 “말도 안돼” 가능성 일축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최순실(60)씨를 둘러싼 각종 괴담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의 지지부진한 수사 탓에 언론에 공개된 인물이 “최씨가 맞느냐”는 진위 논란까지 번진 상황이다.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씨가 대역을 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마다 최씨 얼굴이 조금씩 다른 점을 주목한 것이다. 글쓴이는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한 최씨와 2일 구치소로 향하는 그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진짜(최순실)는 왼쪽 머리 탈모가 심하고 쌍꺼풀도 쭈글쭈글하고 주름도 많은데 가짜는 쌍꺼풀도 뚜렷하고 주름도 올라갔다”고 적었다. 또 “세계일보 인터뷰 사진은 눈썹이 짙으나 수사 받을 때는 눈썹이 얇다”고 덧붙였다. 이미 얼굴이 다 알려졌는데 굳이 안경과 마스크로 가린 것은 대역일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언뜻 보면 허황된 주장 같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동조 여론은 빠르게 퍼지고 있다. ‘탈모처럼 보이려고 머리를 조금씩 묶고 실핀을 꽂았다’ ‘긴급체포를 기점으로 콧대 시작점이 달라졌다’ 등 의견이 잇따랐다. 최씨 태블릿PC에서 발견된 셀카와 검찰 수사를 받으며 포착된 사진을 비교하며 “원래 쌍꺼풀 모양은 인폴드(쌍꺼풀 앞쪽이 속눈썹 라인과 닿아있는 형태)인데 최근 찍힌 사진에는 인아웃폴드(쌍꺼풀 앞쪽이 살짝 떠 있는 형태)로 돼 있다”는 그럴듯한 분석(?)도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의혹을 일축한다. 전직 재경지검 검사는 “수사를 받을 때 필수 절차인 지문 날인까지 조작할 수 없다”며 “얼굴은 사진이 찍힌 각도나 조명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역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으며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에서 높은 순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 같은 음모론의 확산은 검찰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최씨 국정농단 의혹은 9월 중순 일찌감치 제기됐지만 검찰은 지난달 25일에야 본격적으로 최씨 수사에 착수해 불신을 키웠다. 그 사이 ‘최순실 관련 재단에서 압수한 박스는 조명이 상자 바닥을 그대로 통과해 빈 박스다’ ‘검찰이 최씨에게 31시간 여유를 준 것은 다른 관련자와 사전교감을 하라는 꼼수다’ 등 각종 억측이 우후죽순처럼 터져 나왔다. 심지어 최씨가 조사 중 곰탕을 먹은 것이 ‘청와대에 보내는 비밀 신호’라는 웃지 못할 루머도 떠돌았다. 대학생 양모(24ㆍ여)씨는 “검찰이 최씨를 영상녹화실에서 조사하면서 정작 녹화는 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지 않느냐”며 “검찰도 정권과 한편이라 생각하니 실제 바꿔치기를 했다해도 별로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권력이 공정하다는 신뢰를 잃는 순간 괴담으로 포장한 거짓 진실이 대중을 현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론은 특정 사안을 놓고 예측 가능한 범주에서 결과를 유추하지만 상식 선을 넘어가면 허무맹랑한 소문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여기게 된다”며 “검찰은 음모론을 맹신하는 국민을 탓할 게 아니라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스스로 불신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온라인상에 단순 허위사실만 등장하고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는 명예훼손 사례는 나타나지 않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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