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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생각이 저출산 문화를 바꾼다

입력
2016.11.0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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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합계출산율이 1.7명 이하로 떨어지면서 저출산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1990년대 출산율 1.5명 수준을 유지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초저출산 국가가 됐다.

장기화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2005년 첫 번째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10년의 노력을 거쳐 소폭의 출산율 회복 성과는 있었지만, 추세를 완전히 반전시키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세 번째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근본적, 구조적 원인의 해결을 천명했다.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고용, 주거, 교육의 문제 해결을 전면에 세웠다. 그와 함께 우리 사회의 인식과 문화를 개선해나가겠다는 계획도 내걸었다.

홍보와 광고 등 설득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는 필자는 2014년 복지부 출산장려캠페인 ‘아이 좋아 둘이 좋아’를 보며, 직관적으로 숫자를 제시했다는 점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 한계도 보였다. 출산율이 낮아졌다고 대증적으로 아이를 더 낳으라는 메시지는 근본적으로 출산을 꺼리는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올해는 달랐다. 복지부는 ‘가족문화 개선’이라는 조금은 어렵고, 직접 와 닿지 않는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좋았다. 복지부가 오랫동안 이어져온 가부장적 문화, 여성을 힘들게 하고 청년을 괴롭게 하는 문화, 경쟁적이고, 일에만 몰두하는 문화 그 자체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내용은 좋았지만, 홍보 캠페인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도 있는 것 같다. 정책적 해법은 없이 이런 식으로 ‘유혹’해서 결혼하게 하려는 거냐고 한다. 정부가 젊은 부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정책적 지원을 하지 않고 ‘캠페인’이나 하는 것이 마뜩잖을 수는 있다. 그러나 경제적 원인만으로는 저출산을 설명할 수 없다. 해결을 위해서는 경제적 접근과 문화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

스웨덴의 저출산 극복은 양성평등 문화가 그 비결이었다. 부부가 아이를 같이 키우는 것임을 스웨덴은 1970년대부터 강조했다.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남성이 아이를 안고 육아휴직을 쓰라고 하는 포스터가 1974년에 이미 나왔다.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문화를 바꾸기 위한 홍보도 1970년대부터 시작된 것이다. 오랜 노력의 결과로 스웨덴은 출산율도 회복했지만, 양성이 평등한 더 나은 사회가 되었다.

일관되고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또한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에 참견하고 눈치를 주는 가부장적 문화, 유교적 질서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캠페인은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출산율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결혼하지 않은 30~44세 남성의 15.4%, 여성의 26.2%는 결혼으로 인한 구속을 피하고 싶어서, 내 일에 충실해지고 싶어서, 결혼 제도가 남편 중심이라서 결혼하지 않는다고 한다. 출산율 회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문화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집과 일자리가 있어도 이들은 결혼하지도 아이를 갖지도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사춘기라고 한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문화는 따라오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런 문화가 경제적 결과물의 분배도 불평등하게 만든다. 삶의 조건이 생각을 규정하기도 하지만, 생각이 삶의 방식을 바꾸기도 한다. 저출산 문제에서도 기업과 사회의 문화를 바꾸는 접근이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과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일관되고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은 결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 당국자들은 출산 장려를 위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힘에 대한 생각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말을 10년, 20년 뒤에 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찬석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ㆍ한국PR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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