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곳에 소설가 언니가 살고, 또 가까운 곳에 투다리가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겨울처럼 찬 날씨에 화들짝 놀라 두꺼운 점퍼를 꺼내 입고 투다리로 살방살방 걸어갔으나 문이 닫혀 있었다. 염통구이를 꼭 먹고 싶었는데. 아쉬운 마음에 옆집 식당을 슬그머니 들여다보니 꽁치김치찌개, 곱창볶음, 노가리 등등 안주들이 맥락 없이 섞여 있다. 소설가 언니와 둘이 앉아 한참 안부를 나눌 동안에도 사장님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문을 열고 들어서더니 “어머, 손님들이 와 계셨네!” 한다. 우리는 제육볶음을 주문했다. 맥주와 땅콩을 내어주고선 지갑을 겨드랑이에 끼고 “금방 가서 고기 사올게요.” 한다.
테이블이 네 개뿐인 작은 식당이었다. 손님은 더 들지 않았다. 식육점에서 방금 끊어온 돼지고기로 사장님은 제육볶음을 만들었고 소설가 언니와 나는, 요즘 쓰는 소설과 요즘 말 많은 문단에 대해 야곰야곰 떠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를 언니도 좋아해서 신이 났고 언니가 제일 마음 아려하며 쓴 소설이 마침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이라 또 신이 났다. 사장님은 다시 문을 열고 나갔다. “나 요 옆에 커피숍 가서 좀 놀다 올게요.” 우리는 주인처럼 인사를 했다. “네, 다녀오세요!” 투다리가 문을 열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이렇게 마음에 드는 선술집이라니. 나는 맥주병이 빌 때마다 냉장고를 열어 직접 꺼내왔고 빈 병은 사장님이 끌어다 놓은 양동이에 담아두었다. 소설가 언니가 포슬포슬한 카디건을 선물해주어서 나는 집에 들러 엄마가 보내준 곰국을 언니에게 덜어주었다. 괜찮은 밤이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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