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축구를 결산하는 시상식(11월 8일)의 꽃은 역시 감독상과 최우수선수상(MVP)이다. 하지만 올해는 감독상 후보의 격(格)이 떨어져 아쉽다는 목소리가 많다.
프로축구연맹은 1일 올 시즌 K리그 클래식(1부)과 챌린지(2부)의 감독상-최우수선수(MVP)-영플레이어(프로 3년차 이내 중 만 23세 이하만 대상ㆍ신인왕과 비슷)-베스트11 후보를 발표했다. 수상자는 축구 기자단 투표(148표)로 선정된다.
클래식 감독 최종 후보 3명은 최강희(57ㆍ전북), 황선홍(48ㆍ서울), 윤정환(43ㆍ울산)이다. 정규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황 감독은 최용수(45) 장쑤 쑤닝 감독이 중국 슈퍼리그로 갑작스레 떠난 뒤 6월 말 취임해 시즌을 절반만 지휘했다. 1위를 질주 중인 최 감독은 지난 4월 터진 ‘심판 매수’파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사건만 아니었다면 현재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고 정규리그 선두 전북을 이끌고 있는 최 감독의 만장일치 수상이 확실했을 것이다. 통상 감독상은 챔피언 팀에서 나온다. 시즌 최종전(11월 6일)이 끝나고 우승팀이 전북이냐, 서울이냐에 따라 감독상 향방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4위인 윤 감독의 수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규시즌을 모두 마친 챌린지 감독 후보도 뒷말이 많다.
1위를 차지한 이흥실(55) 안산경찰청 감독은 최종 후보에도 들지 못했다. 2위인 손현준(44ㆍ대구 감독대행), 4위 최윤겸(54ㆍ강원), 5위 최영준(51ㆍ부산) 감독이 후보다. 이 감독이 제외된 건 얼마 전 당한 징계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는 지난 달 1일 대구전에서 페널티킥 선언과 퇴장 판정에 항의해 10분 이상 경기 재개를 거부했고 5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300만원을 받았다. 프로연맹은 “감독상 선정에 성적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도 모범이 돼야 한다는 게 후보 선정위원회의 결론이다”고 밝혔다. 후보 선정위는 심판위원장과 경기위원장, 경기위원 3명, 미디어대표 1명으로 구성돼 있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프로에서 10분 이상 경기를 지연시킨 건 아주 드문 사례다. 엄중하게 다뤄야 할 사안이다”고 덧붙였다.
나름 설득력은 있지만 작년 사례를 보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작년 챌린지에서 상주 상무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박항서(57) 전 감독은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K리그 사령탑 중 심판에게 가장 많이 항의하는 지도자로 명성이 높다. 경기 중 휴대폰을 집어 던져 징계를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지도력은 인정받아 후보에 포함됐다. 그러나 최종 투표에서는 조덕제(51) 수원FC 감독에게 밀려 고배를 들었다. 작년과 올해의 후보 선정 기준에 차이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처럼 감독상 후보들의 무게감이 떨어진 데는 최근 P급 자격증(축구 지도자 자격증 최고등급) 파동도 한 몫 했다. 클래식의 조성환(46ㆍ제주)과 노상래(46ㆍ전남), 챌린지의 송선호(50ㆍ부천) 감독은 P급 자격증이 없어 하루아침에 수석코치로 강등됐다. 특히 제주와 부천은 클래식과 챌린지에서 각각 3위로 결과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 수상이 유력시됐다. 하지만 현재 감독이 아닌 코치로 등록돼 있어 규정상 감독상 후보에 조차 포함되지 못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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