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 석면광산 및 폐기물매립장을 둘러싼 주민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지만 해법은 갈수록 꼬이고 있다. 강정리 주민들이 지사 집무실을 일시 점거한 데 이어 경찰의 강제 연행과 집무실 앞 주민 농성, 이에 맞서 충남도 감사위원의 사의 표명 등 민ㆍ관 대치국면만 심화하고 있다.
‘청양 강정리 폐기물매립장 반대대책위원회’는 2일 오전 충남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업자 봐주기, 공무원 면책으로 일관하는 강정리 석면ㆍ폐기물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도지사실을 방문한 것”이라며 “주민을 경찰력을 동원해 강제연행으로 제압한 것은 만행”이라고 주장했다.
강정리 주민 6명은 전 날 오전 11시 40분쯤 석면광산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기 위해 지사 집무실을 2시간 가까이 점거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들에게 특수주거침입죄를 적용, 긴급체포 했다. 이후 강정리 주민 20여명이 2일 오전까지 집무실 앞 복도에서 밤샘 농성을 벌였다.
주민들의 사퇴요구를 받아오던 김승호 충남도 상임감사위원은 이날 대책위 기자회견에 앞서 사의를 표명했다. 김 감사위원은 기자회견을 열어“사실 관계를 설명했는데도 주민들이 동의해 주지 않고, 임용권자인 지사에게 도의상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김 감사위원은 청양군 부군수 재직 시절 강정리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주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청양군 입장에 서 있던 인물”이라며 “청양군의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감사위원회 고위직을 맡는 건 부적절하다”고 주장해 왔다.
강정리 석면광산 사태는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칠갑산자락 강정리 마을 한복판 석면 폐광산이 있던 자리에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장이 들어서고, 처리업체는 폐석면 광산을 파고 그 자리에 폐기물을 메웠다. 10여년간 쌓인 폐기물은 2만여 톤으로 늘었다. 폐기물 운송차량이 늘면서 석면가루도 함께 날렸다.
2010년 한 마을주민이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하고 여러 명이 차례차례 석면으로 인한 병을 얻었다. 환경단체와 전문연구기관의 조사결과, 광산을 중심으로 반경 2.3km 이내 마을 곳곳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하지만 2013년 처리업체가 폐광산 사업부지에 ‘일반폐기물매립’ 사업허가를 신청하면서 이른바 ‘강정리 사태’로 번졌다. 청양군이 “절차상 문제없다”며 승인 하려 하자 주민들은 집단반발 했다. 시민단체와 함께 충남도에 감사청구를 요구하며 사업허가 반대운동에 나섰다.
주민 반발에 청양군은 폐기물매립 신청을 불허하고, 충남도는 지난 5월 주민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관련 특위를 구성하고 감사에 착수했다. 이후 석면광산 산지복구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정처리 사실을 밝혀냈다. 도는 중징계 1명과 경징계 2명 등 공무원 8명을 징계 조치하고, 청양군에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산지복구과정에서 처리업체가 건축물 폐자재를 재활용한 ‘순환골재(순환토사)’를 사용하려 하자 주민들은 이를 사용하지 말 것과 충남도 등이 행정대집행을 통해 산지를 복구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강정리 석면광산 등에 대한 종합대책을 추진 중”이라며 “폐광산의 석면유출 방지와 소송중인 폐기물 처리업체와의 관계 등을 감안해 주민 피해를 최소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광산 인근에 사는 주민 10명 가운데 1명은 석면 질환을 앓고 있거나 의심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충남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자료에 따르면 환경부의 전국 폐석면광산 주변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 검진 인원 1만4,994명 가운데 1,032명이 석면 관련 질환을 앓고 있거나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은 석면폐증이 533명으로 가장 많고, 흉막반(348명), 불분명 흉막반(120명), 폐암(31명) 순이었다.
글ㆍ사진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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