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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술수” “대통령이 사태 심각성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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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술수” “대통령이 사태 심각성 몰라”

입력
2016.11.0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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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때문에 몸 사리고 눈치”

끌려다니는 야당에 질타도

2일 청와대의 전격적인 개각 단행에 여론은 싸늘했다. 국민들은 국정농단 사태를 초래한 박근혜 대통령의 현실 인식, 여야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이뤄진 개각 방식이나 저의 등을 문제 삼으며 부정적 견해를 쏟아냈다.

자영업자 이모(52)씨는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인 대통령이 자신에게 조각권이 있다고 생각하다니 끔찍한 일”이라며 “부도덕하고 파렴치할 뿐 아니라 정무적 감각마저 상실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컨설팅업체를 운영하는 이모(38)씨는 “대통령이 이제 국민들의 권한을 위임 받은 정치권과 소통해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국민들의 뜻임을 왜 모르나”라며 “(한국어 인식 기능이 떨어지는) 시리(siriㆍ애플 아이폰에 탑재된 음성인식 서비스)도 이 정도면 알아듣는다”라고 비꼬았다.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김모(56)씨는 “대통령이 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내가 표를 던져 당선된 대통령에게 기만 당하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끝까지 수를 쓰는 것 같아 분노가 느껴진다”는 회사원 강모(33)씨의 말처럼 이번 개각에 숨은 의도를 의심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김동규(54) 동명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총리는 국회 동의를 거쳐야 임명할 수 있는 자리인데, 국회 여소야대 구도로 볼 때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것이 뻔하다”라며 “정치적 공방을 유도해 현 시국에 대한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회사원 김모(42)씨는 “현 정부를 향해 응축된 분노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서둘러 국면 전환을 노린다면 더 큰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야당이 선명하게 대안과 방향을 내놓지 못하니까 끌려가는 것 아닌가” “국민들은 분노하는데 야당은 대선 때문에 몸 사리고 눈치보고 있다” 등 야당 책임론도 거론한다.

시민단체들도 이번 개각을 일제히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청와대는 ‘책임총리’라며 김병준씨를 내정했지만 국회나 야당과는 전혀 상의 없었던 일방적인 발표이며, 여당이 요구한 ‘거국중립내각’에 미치지 못한다. 국회는 개각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통령이 할 일은 정국 수습이 아니라 일체의 직무에서 손을 떼고 수사를 자청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도 “오늘 개각은 국면전환을 위한 정치적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며 “여야는 당리당략을 떠나 국정공백 방지와 민생안정을 위해 ‘비상국정협의체’를 구성한 뒤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위한 총리를 추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동계의 비판도 거셌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불법으로 도입하고, 금융ㆍ공공기관 파업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경제부총리로 내정한 것은 기가 막히다”며 “국민에게 사실상 탄핵 받은 식물 대통령이 남용한 인사는 원천무효”라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개각 직후 “‘자다가 남의 다리를 긁는다'’는 말이 떠오른다”며 “국민들이 지금 원하는 것은 대통령이 한시라도 빨리 자신의 거취를 정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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