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집 말레이시아 총리 중국 방문
리커창 中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국방협력 등 28개 사안 합의 도출
인도네시아 투자도 큰 폭으로 늘려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를 노리는 중국이 필리핀에 이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다른 동남아 국가에도 대규모 선물 보따리를 안기며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미얀마ㆍ캄보디아 등 전통적 우방에 이어 필리핀을 비롯한 다른 동남아 국가들도 우호 관계로 끌어들이면서 향후 미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에서 한층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2일 신화통신과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전날 베이징(北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말레이시아 해군 초계함 개발을 포함해 국방ㆍ철도ㆍ에너지 등 28개 사안에 합의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선 말레이시아 내 인프라 건설과 함께 농업ㆍ교육ㆍ세관ㆍ국방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협력이 망라돼 중국의 말레이시아에 대한 영향력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합의사항 중에는 특히 남중국해에서의 군사협력 강화 내용을 담은 국방협력 관련 양해각서(MOU)가 포함돼 눈길을 끈다.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주로 해군 협력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중국과 말레이시아 모두 남중국해 연안국인 만큼 해군 협력을 강화해 남중국해의 평화ㆍ안정을 보장하고 상호 신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중국은 나집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해군 초계함 4척 판매와 함께 말레이시아 동부 해안 철도 건설 및 신(新) 유정 개발 참여 등 39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협정에 합의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보르네오 섬 북쪽 남중국해 일부 영역의 영유권을 두고 양측이 갈등을 빚어왔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몇 개월만에 적잖은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중국 측은 지난 1일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이 나집 총리 환영만찬을 개최했고 리커창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이어 3,4일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면담도 추진하는 등 극진한 대접을 하고 있다.
중국은 인도네시아와의 관계 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시 주석이 지난 2년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다섯 차례에 걸쳐 회동을 진행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에 대한 자본 투자도 본격화하고 있다. 경제 도약을 위해 해외자본 투자가 절실한 인도네시아에 ‘차이나 머니’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인도네시아투자청(IICB)은 올 1~9월 인도네시아가 흡수한 중국의 해외직접투자(FDI)액이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FDI 금액 6억달러의 두 배를 훨씬 넘는 수치로 올 1~9월 중국 투자자들은 인도네시아에 61억달러(약 7조원)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공격적 투자를 배경으로 중국은 올해 미국을 제치고 인도네시아의 3대 투자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관계가 앞으로 더욱 긴밀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상품무역은 물론 투자부문에서도 양국이 활발한 교류를 할 것이라는 얘기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방중에 대해 상당히 신경을 쓴 이유가 최근 들어 거듭 확인되고 있다”면서 “중국이 동남아권 강대국으로 볼 수 있는 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선 것은 올해 초 최대 외교현안으로 거론했던 남중국해 분쟁 문제를 자신들이 의도했던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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