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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새만금 매립공사로 절멸위기 처한 저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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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새만금 매립공사로 절멸위기 처한 저어새

입력
2016.11.0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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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원인으로 구조된 아기 저어새들. 김영준 제공
다양한 원인으로 구조된 아기 저어새들. 김영준 제공

새의 부리는 참 다양합니다. 전 세계 9,500여 종의 조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진화의 과정에서 나름의 살길을 찾아 여러 방면으로 그 모습을 달리해 왔으며, 특히 서로간의 경쟁을 피하고자 먹이를 찾는 방법을 바꿔왔습니다. 시간대를 달리하거나 먹이 사냥터가 다르거나 혹은 먹이 자체가 다릅니다. 먹이를 집어 들기 위해서는 가장 효율적인 무기를 찾아내야 했는데, 이것이 바로 부리입니다.

날아야 하는 숙명을 지닌 새들은 이빨이나 턱과 같은 무거운 구조물을 머리에 두는 게 불합리하죠. 이 과정에서 부리를 얻고, 이빨은 내려두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뭉툭한 오리부리, 닭처럼 짧지만 뾰족한 부리, 흰꼬리수리처럼 거대하고 날카롭게 날이 선 휜 부리도 있죠. 드문 경우이긴 하나 부리가 위로 휜 경우도 있고 심지어 옆으로 휜 경우도 있습니다. 돌 밑의 먹이를 쉽게 뒤지기 위함입니다.

부리모양이 아예 놀부의 밥주걱처럼 생긴 녀석들도 있습니다. 바로 저어새류입니다. 주걱처럼 생긴 부리를 물에 담가 이리저리 저어 먹이를 잡는다고 해서 저어새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영어로는 부리가 숟가락을 닮았다고 해서 스푼빌(spoonbill)이라고 합니다.

노랑부리 저어새와 어린 저어새가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김영준 제공
노랑부리 저어새와 어린 저어새가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김영준 제공

저어새류는 전 세계 6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여름철새로 저어새, 겨울철새로 노랑부리저어새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중 저어새는 체중 2㎏도 되지 않은 중형 조류로서, 멸종위기1급, 천연기념물이며 세계자연보전연맹 지정 절멸위기종으로 지정된 종입니다. 전 세계 약 2,700여 마리만 남은 상태이며, 이중 성체는 고작 1,600여 마리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강화도와 인천 송도, 영종도 그리고 새만금 인근의 작은 섬들에 찾아와 4~5월에 번식합니다. 10~11월경에 중국 남부해안, 대만과 홍콩, 베트남 등지까지 이동하여 월동을 하죠. 이렇게 먼 거리를 떠나기 전에 충분히 몸을 불려야 바다를 건너갈 수가 있습니다.

가을하늘을 가로지르는 어린 저어새. 날개깃 끝이 검은게 어린새의 특징이다. 김영준 제공
가을하늘을 가로지르는 어린 저어새. 날개깃 끝이 검은게 어린새의 특징이다. 김영준 제공

그러나 우리나라의 상황은 갈수록 어두워져 가고 있습니다. 인천 송도갯벌은 간척사업으로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남동공단 유수지 안의 인공섬에서 매년 100여 쌍이 넘게 번식하고 있으나 송도갯벌 매립으로 인해 먹이터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고, 도심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여전히 유수지에 모여들고 있습니다. 건강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태입니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도부터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보툴리즘 중독증(세균이 내뿜는 독소에 중독되는 질병)으로 올해만 이곳에서 3마리 이상이 폐사했습니다. 2002년 대만에서 발생한 보툴리즘 중독에 의해 73마리(전 세계 개체군의 7%)가 폐사한 바 있어 우리나라에서의 집단폐사문제도 심각하게 우려해야 합니다.

한편 전남 영광의 칠산도 인근에서 번식한 개체들은 새만금 방조제 안쪽에서 마지막 체력을 보충합니다만 여기도 상황은 크게 어려워져만 갑니다. 전북 군산의 수라갯벌로 알려진 곳에서 벌어지는 새만금산업단지3공구 매립공사 때문입니다. 새만금의 거의 모든 지역은 준설과 매립으로 인해 저어새가 버틸 수 있는 지역이 사라졌습니다. 2012년 자료에 비해 4년 만에 저어새 서식지 80%가 사라졌다는 점은 얼마나 시급한 상황인지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수라갯벌만은 완만한 갯벌이 유지되고 있고 아직도 수심이 낮아 저어새 먹이터로서의 중요한 역할이 남아 있습니다. 군산경제자유구역 새만금산업지구 환경영향평가 환경 관련 사업계획에는 방수제 축조 시 “환경친화적인”산업단지를 조성하도록 명기하고 있으나 멸종위기1급에 지정된 동물마저 쫓아내는 개발산업이 진행된다면 어떤 환경 친화적인 사업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인간 위주의 일방통행 개발방식이라고 한다면 굳이 멸종위기종을 지정하고 보호할 필요가 있을까요? 조금만 더 그들을 위한 숨통을 틔워주는 아량을 베풀 수는 없을까요?

멸종이라는 절벽에 내몰린 저어새와 같은 국제적 이동성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해당 경로국가의 모든 노력이 합쳐져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의 갯벌 보전은 지구적 가치를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일임이 분명합니다.

▶ 영상

새만금에 거의 마지막으로 남은 저어새의 먹이터인 수라갯벌에서 저어새들이 모여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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