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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해~" 뿔난 가요계, 노래로 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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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해~" 뿔난 가요계, 노래로 시국선언

입력
2016.11.0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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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승환이 지난 1일 자신의 소속사인 드림팩토리 건물에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가 내렸다.
가수 이승환이 지난 1일 자신의 소속사인 드림팩토리 건물에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가 내렸다.

“현수막 여기서 붙인 게 맞나요?” 1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동구에 있는 연예기획사 드림팩토리 건물로 경찰 4~5명이 찾아왔다.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문구가 적힌 검은색 현수막이 건물에 걸려 있는 게 문제가 됐다. 이 현수막은 드림팩토리의 설립자이자 소속 가수인 이승환이 자기 돈을 들여 만들었다. 2일 드림팩토리에 따르면 (주민)신고가 들어왔다며 경찰이 찾아왔고, 이후 현수막을 내렸다. 개인 건물이라도 현수막을 걸 땐 관할 구청에 사전에 신고 혹은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서다. 드림팩토리는 2일 오전 현수막 게시 절차를 강동구청에 문의했고, 18곳의 지정된 게시대 외에선 크기에 관계 없이 옥외 현수막을 걸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드림팩토리 관계자는 “다른 방법을 궁리 중”이라고 말했다. 현수막을 건물에 거는 것 대신, 다른 이벤트로 박 대통령 하야 촉구에 대한 뜻을 표현하겠다는 얘기다.

가수 이승환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란 글을 올렸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말을 인용해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정 농단 의혹의 심각함을 꼬집은 것이다.
가수 이승환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란 글을 올렸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말을 인용해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정 농단 의혹의 심각함을 꼬집은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정 혼란에 음악인들의 ‘게릴라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가수들은 현수막을 제작해 소신을 밝히거나 풍자 노래까지 만들어 무료로 공개하고 나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여겨지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의 국정 농단 의혹을 비판하는 것 보다 더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 눈길을 끈다.

가요계엔 ‘하야가’(下野歌)까지 등장했다. 거침 없는 가사가 무기인 힙합신에서 풍자가 활발하다. 허세란 뜻으로 쓰이는 ‘스왜그’(swag)문화를 토대로 ‘나 잘 났다’는 노래만 쏟아 지더니,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사회적인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곡들이 속속 등장해 공감을 사고 있다.

래퍼 제리케이의 '하야해' 뮤직비디오 한 장면(위)과 디템포가 낸 '우주의 기운' 뮤직비디오 한 장면. 각 뮤직비디오 캡처
래퍼 제리케이의 '하야해' 뮤직비디오 한 장면(위)과 디템포가 낸 '우주의 기운' 뮤직비디오 한 장면. 각 뮤직비디오 캡처

래퍼 제리케이는 최근 ‘하야해’(HA-YA-HEY)란 곡을 내고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박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높다. 그는 “설마 설마가 사람 잡았어”라며 “가만 못 있겠어, 하야해, 이젠 가야 해”라고 거침 없이 랩을 쏟아낸다. 제리케이는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최씨 관련 뉴스를 지켜만 보다가 국정 개입 의혹 문서 파일 등이 공개되고 나서 ‘이건 너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어 곡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제리케이는 두 시간 만에 가사를 썼고, 바로 녹음한 곡을 인터넷에 올려 네티즌의 관심을 샀다.

또 다른 래퍼 디템포는 지난달 27일 ‘우주의 기운’이란 곡을 내 음악으로 시국선언을 했다. ‘우주’와 ‘기운’은 박 대통령이 연설문에 쓴 표현이다. 특정 종교와 연관된 최씨가 연설문 작성에 개입한 결과라는 소문이 무성했는데, 이 단어를 사용해 박 대통령을 향해 풍자의 날을 벼린 것이다. 그의 풍자는 신랄하다. 디템포는 박 대통령을 “아바타”라고 표현하고, “개 돼지 국민들 졸지에 혼을 잃었지”라며 최씨의 국정 농단 의혹으로 분노한 민심을 대변한다. 디템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라 생각했고, 그 논란을 곡에 담아 청취자들과 같이 얘기해보고 싶었다”고 노래를 만든 이유를 들려줬다. 래퍼 김디지는 ‘곡성’이란 곡을, 오왼 오바도즈는 위선자란 뜻의 ‘히포크리트’란 노래를 각각 내 음악인들의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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