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년 만의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우승을 노리는 시카고 컵스가 애디슨 러셀(22)의 만루홈런을 앞세워 승부를 최종 7차전으로 몰고 갔다.
컵스는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 6차전에서 9-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4차전까지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컵스는 5, 6차전을 내리 잡고 시리즈를 극적으로 되돌려 놓았다. 컵스는 108년 만의 우승 도전만큼 어려운 확률 게임에 도전하고 있다. 역대 월드시리즈 사상 1승3패 팀이 3연승을 거두며 우승에 성공한 경우는 피츠버그(1925년), 뉴욕 양키스(1958년), 디트로이트(1968년), 피츠버그(1979년), 캔자스시티(1985년) 등 다섯 번밖에 없었다.
러셀의 한 방이 프로그레시브를 침묵에 빠트렸다. 러셀은 경기 초반 분위기를 가져 간 2타점 2루타에 이어 쐐기 만루포로 혼자 6타점을 쓸어 담았다. 1회초 2사 후 크리스 브라이언트의 솔로포로 선취점을 낸 컵스는 앤서니 리조와 벤 조브리스트의 연속안타로 1ㆍ3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 들어선 러셀은 우중간으로 타구를 보냈고, 클리블랜드 중견수와 우익수는 서로에게 공을 미루다 누구도 잡지 못했다. 그 사이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고, 컵스는 3-0으로 앞서가며 승기를 잡았다. 러셀은 3회초 1사 만루에서 바뀐 투수 댄 오테로의 3구를 때려 좌중간 담을 훌쩍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작렬했다. 통산 홈런 34개에 만루홈런이 단 1개뿐인 러셀은 월드시리즈에서 구단 역사를 새로 쓴 결정적인 홈런포를 기록했다. 컵스 역사상 최초의 월드시리즈 만루홈런이다. 월드시리즈에서는 19번째 만루포로 2005년 휴스턴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이후 11년 만이다.
클리블랜드는 4회말 선두타자 제이슨 킵니스가 2루타로 팀의 첫 안타를 신고한 뒤 마이크 나폴리가 좌중간 적시타를 날려 1점 따라갔다. 5회말에는 킵니스가 솔로포로 다시 1점을 따라갔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주자가 출루해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컵스에는 광속구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이 버티고 있었다. 컵스는 7회말 2사 후부터 채프먼을 투입하는 강수를 두며 클리블랜드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컵스는 9회초 리조가 2점 홈런을 추가해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컵스 선발 제이크 아리에타는 5⅔이닝 3피안타 9탈삼진 2실점으로 2차전에 이어 월드시리즈 2승째를 챙겼다. 타선에서는 러셀이 2안타 1홈런 6타점으로 맹활약했고, 브라이언트(4안타 1홈런 1타점)와 리조(3안타 1홈런 2타점)가 중심타선에서 제 몫을 했다.
이제 딱 한 판 남았다. ‘염소의 저주’ 탈출에 도전하는 컵스와 68년 만에 ‘와후 추장의 저주’를 깨겠다는 두 팀의 월드시리즈 최종 7차전은 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컵스는 카일 헨드릭스를, 클리블랜드는 코리 클루버를 각각 선발로 예고했다. 1차전과 4차전 승리투수였던 클루버가 승리할 경우 1968년 디트로이트의 미키 로리치 이후 48년 만에 월드시리즈에서 선발 3승을 거둔 투수가 된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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