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더욱 흥겨운 첼시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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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더욱 흥겨운 첼시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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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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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을 앞둔 올 핼러윈에는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얼굴을 새긴 거대한 호박이 첼시 마켓에 전시됐다. 김신정 제공

몇 년을 살아도 시내 구석구석 새로운 걸 찾는 재미가 쏠쏠한 뉴욕이지만,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유독 생각나는 곳은 역시 첼시 마켓이다. 따뜻한 실내에 먹거리, 볼거리가 가득한 이곳은 더구나 10월 31일 핼러윈데이를 기점으로 연말 축제의 분위기를 빚어내기 시작한다. 11월의 추수감사절, 12월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연말에는 상점 코너마다 다가오는 명절에 맞춰 건물 빈 공간과 천장에 이어지는 장식이 바뀌는데, 그 장식만 둘러봐도 한껏 연말 기분에 젖는다.

항상 이 자리에서 뉴욕의 대표적인 실내 푸드 홀의 역할을 해왔을 것 같은 첼시 마켓. 하지만 그 역사는 사실 20년이 채 되지 못한다. 허드슨강의 얼음으로 고기를 냉장보관 했던 정육 도매상들이 늘어선 미트패킹 구역과 가까운 이곳은 정육점에 풍부한 돼지비계를 과자 재료로 활용하기 위해 나비스코 과자회사가 1980년대 말 공장을 지으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1900년대 초ㆍ중반 나비스코 과자공장 건물 중 하나였던 이곳은 1990년대에 들어서며 1층에 베이커리, 식재료 마트, 와인 가게, 키친 용품점등의 입점을 시작으로 첼시 마켓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금도 공장 건물의 골격을 드러낸 건물 안에 어우러진 상점들은 그 자체로도 멋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이곳에 자리잡은 상점 대부분은 뉴욕의 맛집, 명소의 분점이거나 첼시 마켓 고유의 인기 상점이라 맨해튼을 다 돌아다니지 않고도 한곳에서 편하게 ‘뉴욕’을 둘러볼 수 있다. 9번가 쪽에 있는 첼시 마켓 정문을 들어서면 곧 보이는 와인가게는 목재와 붉은 벽돌의 따뜻하고 밝은 인테리어로 발길을 끄는데, 여기에는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에 열리는 무료 테이스팅도 한몫 한다.

곳곳에 할로윈 장식이 재밌는 첼시 마켓. 한식 퓨전 라면분식점 '먹바'를 가리키는 한글 안내 표지도 보인다. 김신정 제공

조금 더 가면 첼시 마켓에서 한국 관광객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곳, 랍스터 플레이스가 나온다. 신선한 각종 수산물을 파는 상점의 한 코너인 이곳은 일반 레스토랑보다 저렴한 가격에 즉석에서 신선한 랍스터를 삶아 버터와 함께 먹을 수 있도록 기본 세팅이 되어있는데, 갈 때마다 랍스터를 고르고 있는 한국인들을 보게 된다. 지금은 새 단장을 하느라 소규모로 임시 운영하는 식재료 마트에서는 일반 마트에서는 보기 힘든 채소, 과일, 허브 등을 찾을 수 있다. 이탈리안 마켓에서는 물소의 우유로 만든 모차렐라 치즈, 아몬드 분말과 설탕으로 반죽해 만든 마지팬 과자를 구경할 수 있다. 마켓 한 귀퉁이의 카페는 이탈리아의 어느 동네 카페를 옮겨 온 듯 약간 촌스러운 분위기로 정겹다. 베트남식 샌드위치 반미 전문점, 태국 음식점, 브런치 전문점, 도넛 가게, 컵케이크, 젤라토 상점, 거기에 라면과 떡볶이, 호떡 등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식 퓨전 분식점 ‘먹바’까지, 하나하나 구경하고 잠깐씩 멈춰 맛보다 보면 길 한 블럭을 차지하고 있는 건물에서 반나절이 쉽게 가버린다.

미국에서 요리 방송의 열풍을 이끈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푸드 네트워크를 비롯, 방송사들과 유튜브가 위층 사무실에 자리잡고 있고, 바로 앞 건물은 구글이 차지하고 있어 평일 점심시간에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좀 부지런을 떨면 주말 오전은 아직 모닝커피와 간단한 아침식사를 즐기고 여유롭게 첼시 마켓을 둘러볼 수 있다. 날씨가 좋다면 첼시 마켓을 이 동네를 둘러보는 기점으로 삼을 수도 있다. 작년에 이곳 근처로 이전한 휘트니 뮤지엄에 들러 한나절을 보내도 되고, 첼시 마켓에서 눈여겨봐둔 샌드위치나 수프를 테이크아웃으로 들고 바로 옆 하이라인 공원으로 향해도 된다. 첼시 마켓 정문과 반대쪽의 10번가 쪽 문으로 나와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폐쇄된 고가화물노선을 재개발한 하이라인 공원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피크닉 분위기를 한껏 내고 공원을 따라 천천히 산책을 하다 보면 매번 바쁘게 지나쳤던 첼시 지역의 건물 디자인과 낙서라고 하기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건물벽의 그래피티 아트가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언제 가도 붐비고, 볼거리, 먹거리가 많은 첼시 마켓이지만, 날씨가 추워지면 다시 발걸음이 잦아진다.

김신정 반찬스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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