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의 가을 단풍, 필리핀 세부의 에메랄드 빛 리조트는 여행 욕구를 극도로 자극한다. 이에 반해 국내 여행은 익숙한 풍경과 문화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호기심은 덜하다. 게다가 인천-간사이, 부산-세부 등의 저가항공권 특가가 각각 10만원, 20만원 대에 불과하니 국내여행 대신 해외여행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반대로 국내 곳곳을 다음 목적지로 설정하며 새로운 재미를 찾는 현상도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여행에 매력을 더하는 것은 다름아닌 지도. 나의 여행을 지도에 그려 넣는 것이다. 검색 포털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국여행지도’, ‘커플여행지도’ 등의 키워드를 넣으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흰 바탕에 전국 시 군의 경계를 표시한 밑그림이다.
아직 가지 않은 곳은 흰 바탕, 간 곳은 배경을 채우는 방식은 동일하다. 하지만 이용자에 따라 개성을 담을 수 있어 더욱 재미있다.
윤아람(31)씨는 인스타그램에서 지도를 처음 접한 후 인쇄해 사용 중이다. 평소 맛집이나 가보고 싶은 관광지가 생기면 연필로 지도 구석에 표시해두었다가 주말에 실제로 방문한 후 색을 칠한다. 알록달록한 것을 좋아해 여러 색으로 칠하는 중이다. 강한용(22)씨는 방문 지역의 특산물 한 가지, 관광지 한 곳 이상을 접할 시 앱을 활용하여 사진을 넣는다. 최근에는 그 지역에서 찍은 하늘의 모습을 담는다고 한다. 비슷한 하늘이지만 당시의 각각 다른 소회가 떠오른다. 손서영(23)씨는 그 지역의 특색 있는 장소에서 찍은 커플 사진을 넣는다. 포토샵을 활용해 지도에 추억을 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새로운 여행지까지 구석구석 찾게 된다는 점을 지도의 매력으로 꼽는다. 흰 바탕이 많은 권역에 한번 더 눈길이 간다. 새로운 곳을 채우고 싶은 욕구는 다음 여행지를 고민할 때 큰 목소리를 낸다.
여행지도는 관광 안내 앱과 함께 이용하면 더욱 좋다. 한국지역진흥재단의 ‘전국관광지도’는 지도에서 직접 권역을 선택하여 해당 지역의 행사ㆍ공연ㆍ축제를 찾아볼 수 있다. 여행지도를 이용해 내용보다 장소를 먼저 결정하는 이들에게 유용하다. 한국관광공사의 ‘대한민국 구석구석’은 축제, 음식부터 숙박시설과 추천코스, 여행후기와 사진까지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어 구체적인 계획 수립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민준호 인턴기자(서울대 사회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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