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으로 자수성가한 A씨는 함께 골프를 치며 친분을 쌓은 B(49)씨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B씨는 여행경비를 대신 내줄 테니 골프도 치고, 유흥도 즐기자며 해외 골프여행을 제의했다.
별다른 고민 없이 B씨를 따라 나선 A씨는 2012년 7월 14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내 한 호텔에서 유흥을 즐겼다. 함께 있던 업소 여종업원의 권유로 약물도 흡입했다. 그런데 잠시 뒤 갑자기 공안이 나타나더니 A씨를 상대로 간이소변 검사를 하고, 공안당국으로 연행해 조사까지 했다. 다음 날 석방된 A씨는 처벌받을 걸 생각하며 호텔 안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불안감에 떨고 있는 A씨에게 B씨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이 있으니 뇌물을 써서 해결해 보자. 중국 공안 간부에게 전화해보겠다”고 안심시켰다. 얼마 뒤 A씨의 객실로 온 B씨는 “사건 무마를 위해 150만 위안, 한화로 2억7,0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B씨는 “1억7,500만원을 준비하면, 나머지 9,500만원은 자신이 빌려서 중국 공안에게 줄 테니 빌린 돈은 한국으로 돌아간 뒤 3주 안에 갚으라”고 했다.
B씨의 말을 철썩 같이 믿은 A씨는 이튿날 B씨의 통장으로 1억7,500만원, 열흘쯤 뒤에는 3,000만원을 추가로 보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B씨가 A씨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해 꾸민 사기극이었다. B씨는 중국으로 출발 전 주점에서 A시가 가짜 마약을 흡입하면 중국 공안이 출동해 체포하는 것처럼 속여 사건 무마 명목으로 돈을 가로챌 계획을 세웠다. 평소 알고 지내던 중국 국적의 조선족은 물론, 주점 여종업원과 공안까지 미리 매수해 사기 행각을 벌였다. 사건 무마를 청탁한다며 A씨에게 받은 돈은 공안에 건네지도 않았다. 이 모든 사기 행각이 들통난 B씨는 결국 법정에 서게 됐고, 실형을 선고 받았다.
대전지법 형사 1단독 이경훈 부장판사는 1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B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신뢰 관계를 이용해 함정에 빠뜨린 뒤 고액을 뜯어낸 것도 모자라 범행 후에도 문서를 위조해 은폐를 시도하고, 추가로 돈을 뜯어내는 등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처벌을 피하려고 도망친 뒤 4년 동안 피해 복구를 위한 적절한 조처도 하지 않았다”고 실형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