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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호랑이와 호랭이

입력
2016.11.0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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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표준어이고, ‘호랭이’는 비표준어이다. 후자에서 일어나는 음운현상을 ‘ㅣ모음 역행동화’라 한다. 음운론에서, ‘역행’은 뒤에 나오는 소리가 앞에 나오는 소리에 영향을 주는 경우에 쓰는 용어이고, ‘동화’는 앞뒤의 두 소리가 같아지거나 비슷해지는 현상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그러니까 ‘ㅣ모음 역행동화’는 앞 음절의 모음이 뒤 음절에 있는 ‘ㅣ’의 영향을 받아 ‘ㅣ’와 비슷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풀 수 있다. ‘ㅣ’와 비슷해진다는 말은 같은 전설모음인 ‘ㅔ, ㅐ, ㅚ, ㅟ’ 등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호랑이→호랭이’는 뒤 음절 모음 ‘ㅣ’의 영향으로 앞 음절 모음 ‘ㅏ’가 ‘ㅐ’로 바뀐 것이다. ‘손잽이(손잡이), 차돌배기(차돌박이), 챙피하다(창피하다), 멕이다(먹이다), 괴기(고기), 쥑이다(죽이다)’ 등등도 ‘ㅣ모음 역행동화’로 설명할 수 있다.

표준어규정에서는 원칙적으로 ‘ㅣ모음 역행동화’를 인정하지 않는다. 봄날 햇빛이 강하게 쬘 때 공기가 공중에서 아른아른 움직이는 현상을 가리킬 때는 ‘아지랑이’라고 해야지 ‘아지랭이’라고 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아비, 어미, 아기’에 대해서도 ‘애비, 에미, 애기’는 모두 비표준어이다.

예외적으로 ‘ㅣ모음 역행동화’가 일어난 형태를 표준어로 인정하기도 한다. ‘-내기’가 대표적이다. ‘-내기’는 본래 ‘-나기’에서 온 말이지만, 지금은 ‘-내기’로 굳어졌다고 보아 ‘서울내기, 시골내기, 신출내기, 여간내기, 풋내기’ 등과 같이 ‘-내기’로 끝나는 말을 표준어로 삼고 있다. ‘냄비, (내)동댕이치다, 올챙이, 굼벵이’도 각각 ‘남비, (내)동당이치다, 올창이, 굼벙이’에서 ‘ㅣ모음 역행동화’가 일어난 형태지만 표준어로 인정되는 예들이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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