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와 지난해 KLPGA 1인자로 불린 박성현과 전인지(오른쪽). 이들과 같은 톱 랭커 외에도 투어에서 뛰는 선수들 상당수는 억대 연봉자일 것으로 추정된다./사진=KLPG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일단은 시드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거에요."
지난 2월 베트남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이벤트 대회 한국투자증권 챔피언십 우승자 정예나(28ㆍSG골프)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선수 생활은 언제까지 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예나는 올 시즌 상금으로 9,235만2,488원을 벌어 이 부문 59위에 올라 있다. 정예나가 내년에도 KLPGA에서 꾸준히 뛰기 위해선 상금 순위 60위 이내를 유지해야 한다. 시즌 종료까지는 2개 대회가 남아 있다. 현재 커트라인인 60위에는 김보아(9,059만8,121원)가 자리해 있다.
K리그에 스플릿 전쟁이 있다면 KLPGA에는 '시드 전쟁'이 있다. 톱랭커가 아닌 선수들의 바람은 대개 시드권 유지인 경우가 많다. 그럴 만도 하다. 시드권을 잃으면 자칫 선수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2부 드림투어 상금 1위 박지연(21ㆍ삼천리)의 상금 총액은 8,349만9,239원에 그쳤다. 지난해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2014년 상금 1위 정재은(27ㆍBC카드)은 5,973만3,346원의 상금을 손에 쥐는 데 머물렀다.
한 시즌 최소 3,000만 원, 많게는 5,000만 원 이상 경비가 드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2부 투어 상금왕도 실질적인 수입은 얼마 없는 셈이다. 하물며 2부 투어에서도 그저 그런 성적의 선수들은 당장 먹고 살 길을 걱정하게 된다. 3부 투어 상금 1위는 고작 1,000만원 안팎을 버는 데 그친다.
선수들은 1부에서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사실 안도해 한다. KLPGA 잔류는 억대 연봉을 의미한다. 투어 출전권의 가치는 최소 2억 원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KLPGA 선수들이 입는 의류 곳곳에는 각종 스폰서 로고가 붙게 마련이다. 로고 1개당 최소 몇 천 만 원이다. 메인 로고의 경우 5,000만 원 이상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폰서 수입만 모두 합쳐도 최소 1억 원 이상은 될 수 있다. KLPGA 투어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에 비해 대회수가 2배 이상 많다. 매 대회 출전해 상금만 조금씩 챙겨도 짭짤하다. 스폰서와 상금을 더해 한 시즌 2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경비와 세금 등을 빼더라도 '남는 장사'다. 여기에 외모가 출중한 선수는 수입이 훨씬 늘어날 수 있다. 광고나 방송 출연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매 대회 '톱10'에 드는 실력자가 아니더라도 매년 시드를 유지하는 선수들은 금전 관리에 따라서 샐러리맨들이 10년 일해야 모을 수 있는 돈을 불과 몇 년 만에 모을 수 있다.
시즌 마지막 대회 ADT캡스 챔피언십의 종료 시점인 13일 이후 상금 61위부터 80위까지는 오는 22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시드전 본선에 직행한다. 순위가 더 낮은 선수들은 15일부터 열리는 예선전에 나서야 한다.
시드전은 전쟁에 가깝다. 겨울 추위에 심적인 부담 탓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수두룩하다. 골퍼로서의 꿈과 자존심을 내려놓고 오로지 '생계'를 위해 공을 쳐야 하는 현실에 선수들은 치를 떤다. 혹독한 시드전을 치르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든 상금 60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 톱 랭커가 아닌 선수들이 시즌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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