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친분 지인, 본보 인터뷰

문화융성위원 위촉 후 영향력 과시
반년 지나 창조경제추진단장 발탁
“몇 천억을 움직일 수도 있다” 자랑도
차은택씨

최순실(60)씨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 중 한명인 광고감독 차은택(47)씨가 문화융성위원회 민간위원에 위촉된 2년 전부터 주변에 영향력을 과시하며 “장관을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공공연하게 장관 자리를 입에 올리며 문화창조융합본부장 겸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이 된 2015년 4월 이후에는 “몇 천억을 움직일 수 있다”며 주변 지인들에게 ‘정부 일’을 함께 하자고 권유했다.

차씨와 15년간 친분을 유지해 온 음반기획자 A씨는 3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차씨가 2014년 8월 초대 문화융성위원이 된 후 자신에게 “장관이 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질 수 있다고 주의를 줬는데 (차씨가) 듣지 않아 멀어졌다”고 말했다. 차씨는 이 같은 말을 하고 약 반년이 지난 2015년 4월 문화창조융합본부장 겸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장으로 발탁된다. 그 사이 차씨의 은사인 김종덕(59)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전격 임명된다. 자신이 문체부 장관이 되기 위해 김 장관을 징검다리 삼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차씨는 미르재단과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사실상 미르재단 설립에 깊숙이 관여한 점이 A씨의 증언에서도 곳곳에서 확인된다. 미르재단은 지난해 10월 설립됐는데, 차씨는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 된 지난해 4월을 전후해 미르재단 설립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A씨에게도 이 시기 ‘정부 일’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했다. A씨는 “차씨가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 된 후에 ‘정부 일을 하고 있는데 같이 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며 ”지금 돌이켜 보니 그게 미르재단”이라고 했다. A씨는 “차씨에게 ‘그런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러자 오히려 차씨는 ‘내가 100억 투자를 못 받겠나.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인데 몇 천억도 움직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차씨는 이보다 앞서 지난해 1월과 2월에 각각 광고기획사 더플레이그라운드와 모스코스(전 유라이크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했는데, 주변에 “(두 회사에) 돈이 들어올 재단이 있다”는 발언을 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8월 열린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하나로 상명대에서 열린 융복합공연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말을 경청하는 모습. 연합뉴스

A씨는 미르ㆍK스포츠재단 사유화 의혹의 핵심 중 한명인 김성현(43) 미르재단 사무부총장과 차씨의 관계에 대해서도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했다. 김씨는 최근 정동구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뒤에서 지시하는 사람이 누구냐. 만나자”고 했더니 나타났다는 인물이다. A씨는 “김씨는 차씨가 광고를 하면서 알게 된 그래픽디자이너인데 일감도 주고 골프도 자주 같이 치러 다닌 사이”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김씨는 1년 6개월 전 차씨가 소유했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빌딩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A씨는 “김씨가 새벽에 집에 들어오고 낮에야 (일을 보러) 나가는 모습을 자주 봤다”고 말했다. 차씨와 김씨가 지난해 4월 무렵 미르재단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간 정황을 뒷받침한다.

이날 사표를 제출한 송성각(58)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차씨의 입김으로 임명된 의혹도 언급됐다. A씨가 두 달 전쯤 송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콘텐츠진흥원장이 된 사실을 거론하며 “‘은택이 덕 좀 보셨네요’라고 하자, ‘아 그래. 잘 지내지’라고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A씨는 “송 원장이 제일기획에 있을 때 차씨를 엄청 밀어주다가 밀려나서 팬텀엔터테인먼트로 갔다”며 “그래서 (밀어준 데 대한) 보답 차원이 아니었나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차씨는 광고업계에서 멘토로 여기던 송 원장에게 “장관을 시켜주겠다”고 말했었고 결국 차관급인 콘텐츠진흥원장에 임명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차씨와 관련해 잘못 알려진 사실도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차씨가 참여한 그룹 스피드의 ‘슬픈 약속’이라는 뮤직비디오가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것을 두고 야당 성향의 차씨가 어떻게 박근혜정부와 일을 하느냐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것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였다”며 “차씨가 어느 날 갑자기 박근혜정부로 배를 갈아탄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크리에이터 차은택, ‘문화 황태자’ 변신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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