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설문조사는 분배현실 왜곡
고소득층 소득파악 장벽 해소 전망
내년 가계금융복지조사부터 반영
국제적으로 소득불평등 정도를 비교하는 데 쓰이는 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을 의미). 통계청이 조사하는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매년 낮아져(불평등 개선) 작년엔 0.3 아래로까지 떨어졌다. 학자들 사이에서조차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통계청은 그간 “고소득층 소득 파악에 한계가 많다”며 고충을 토로해 왔다.
내년부터는 우리나라의 지니계수가 보다 현실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방식인 통계청의 소득 통계에 올해부터 국세청의 금융소득 과세자료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실제 소득신고에 기반한 국세청 자료가 반영되면, 통계청 설문조사에서 정확한 소득을 밝히기 꺼리는 ‘고소득층의 장벽’이 상당부분 해소돼 한층 정확한 통계 작성이 가능해 질 전망이다.
31일 통계청과 국세청에 따르면 두 기관은 지난주부터 국세청의 금융소득 자료를 통계청이 공유하는 방안에 대해 실무 협의에 착수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소득 자료를 통계청에 넘겨주는 쪽으로 결론이 나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은 그간 국세청에 과세자료, 특히 이자ㆍ배당 등 금융소득 자료를 꾸준히 요청해 왔다. 가계동향조사, 가계금융복지조사 등 통계청의 대표적인 조사는 조사관이 표본 가구를 설문조사하는 방식인데, 특히 고소득자들이 소득을 감추거나 축소하는 경우가 많아 결과적으로 계층 간 소득편차가 실제보다 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았다. 때문에 통계청은 국세청 과세자료를 통해 이를 보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세청은 금융실명법 등을 들어 이런 요구를 계속 거부해 왔다. 현행법상 금융거래 정보는 금융당국이 업무협조 차원에서 외국 감독기관에 제공하는 것 외에는 타인 혹은 타 기관에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금융위원회가 ‘금융소득 자료가 금융거래 정보인지’를 묻는 국세청의 질문에, “1인 가구의 소득자료를 포함, 통계 등 목적이면 제공이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얽혀 있던 실타래가 풀린 것이다.
통계청은 당장 올해부터 국세청 자료를 받아, 내년에 내놓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활용할 방침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특히 지니계수가 보다 정확해 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다만 “다른 목적으로 자료가 유출될 가능성은 없는지, 특정 개인 정보를 지운 자료를 제공하는 방안은 어떤지 등 다각도로 따져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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