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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최순실에 적용될 혐의는

입력
2016.10.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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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에 軍기밀법 등 적용 유력… 외교비밀 누설죄 가능성도

박근혜 당선자 시절 MB 독대자료, 北과 비밀접촉 등 군 기밀 담겨

드레스덴 통일구상 연설문 유출, “신의로 도왔다” 반박 증거 관건

미르ㆍK 재단 의혹 뇌물죄는 민간인 신분 장애물 넘어야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31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자 수많은 취재진이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31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자 수많은 취재진이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31일 검찰에 소환된 ‘비선실세’ 최순실(60)씨의 국정농단이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적용 가능한 혐의는 제한적이다. 청와대 문건 유출과 관련해서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미르ㆍ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뇌물죄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민간인인 최씨에게 적용하기 어려운 법리적 장벽과 최씨 측의 방어논리를 넘어서야 기소가 가능하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법조사처로부터 받은 ‘청와대 문건 외부 유출 사건 관련 법적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12월 28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의 독대 자료를 습득한 최씨의 행위에 군사기밀보호법 적용 가능성이 높다. 이 법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군사기밀을 탐지하거나 수집한 사람에게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문서는 북한과 우리 국방부가 3차례 비밀접촉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군사기밀로 인정받는데 무리가 없다는 해석이다. 법 적용 대상이 공무원이나 군인으로 한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습득 목적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기준을 두지 않아 민간인인 최씨에게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 3월 28일 발표된 ‘드레스덴 한반도평화통일구상 연설문’ ‘2013년 10월 3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에 대해 외교비밀 누설죄 적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 혐의는 ‘외교상 기밀을 누설한 자 또는 누설할 목적으로 탐지 또는 수집한 자’로 처벌 대상을 정하고 있다. 검찰이 이 혐의를 적용하려면 “대통령에 대한 신의(信義)로 도왔다”는 최씨 측 주장을 반박할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태블릿PC에 담긴 상당수 문건이 청와대 자료이기 때문에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 적용가능성도 나오지만 최씨가 문건을 습득한 시점을 치밀하게 검증해 해당 문건이 결재 완료된 이후인지, 최씨가 청와대 비서관 등에게 지시를 했는지 등을 확인해야 적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데 대한 처벌 조항으로, 공직에 있지 않았던 최씨에게 직접 적용되기는 어렵다. 다만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누설 행위에 최씨가 공조한 것으로 보고 공범 내지 교사범으로 의율을 할 여지는 남아 있다.

또 법조계에서는 최씨가 독일 현지에서 호텔과 주택 등 구입한 부동산을 국내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탈세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처벌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의 미르ㆍ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선 횡령 혐의 등이 언급되고 있다. 다만 횡령 의혹의 가장 유력한 통로인 ‘비덱스포츠’ 등 독일법인을 통한 재단 자금 유출을 확인하는 데에는 독일 당국의 협조를 거쳐야 해 신속한 수사가 어렵다. 대기업들로부터 재단 출연금을 강제로 모금했다는 의혹에 대해 뇌물 혐의를 적용하는 것 역시 최씨가 민간인 신분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검찰로서는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과의 공모관계 여부 등을 밝히는 것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화여대 부정입학 등 딸 정유라씨 관련 의혹의 경우 최씨가 학교 관계자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거나 대가 제공을 약속했는지 여부 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되겠지만 이대 측이 “정상적 절차에 따른 학사행정”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혐의 입증에 난항이 예상된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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