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리콜 뼈’ 논란서 보듯
조직 감염 여부 100% 장담 못해
개도국 인체는 출처조차 불명
인도순경이 날아빠진 인도산 타타스모 SUV 차량의 뒷문을 열어젖힌다. 그 차는 이곳 인도 서벵골 주의 시골 파출소에서 증거 보관함으로 통한다. 머리뼈 100개가 진흙 위에 깔아 놓은 다 해진 천 위로 달그락 소리를 내며 굴러 떨어진다. 머리뼈의 이빨은 트럭 뒤에서 이리저리 튕기면서 대부분 떨어져 나갔다. 쌓여 가는 해골더미 주위로 부서진 뼈와 눈송이 모양의 에나멜 파편이 널려있다.(중략)
인도의 뼈 수출 금지법이 시행된 지 20년이 넘은 지금 뼈 거래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신호는 많이 있다. 서벵골 주의 레드마켓(인체시장) 판매상들은 여전히 인간의 뼈를 무덤에서 훔쳐 배급업자에게 전달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배급업자들은 뼈를 조립해 전 세계 딜러에게 배송한다. (‘레드마켓, 인체를 팝니다’ 중에서)
인체조직 구득은 현실적으로 모순이 존재한다. 하나의 생명을 구하는 동시에 다른 하나의 생명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률과 의학적 윤리를 지키며 구득이 이뤄진다면 의학적으로는 커다란 성과라 말할 수 있다. 현대의학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생명을 살리는데 있어 인체조직을 대신할 대체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 보듯 법률과 의학적 윤리가 무시된 레드마켓을 통해 거래된 인체유래물이 국내에 수입된다면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의료행위가 가치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세계 인권단체와 탐사보도 매체들은 “중국과 인도 등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인체유래물이 지금 이 시간에도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조직을 수집한 후 아무리 초저온 상태로 관리를 해도 애초의 시신 자체에 감염이 있다면 대책이 없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각 국가는 그 거주자들에게 필요한 충분한 수의 장기(인체 유래물)를 제공함으로써 장기기증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빈곤국의 빈곤층을 착취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육체적‧정신적‧경제적 압박 없이 합리적으로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사람한테서 불법적으로 인체조직이 채취되고 있다.
인체조직기증, 감염ㆍ경제적 부담 해소 위해 필요
감염 위험 없이 안전하게 환자에게 이식재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인체조직기증을 활성화시키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부작용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미국에서 리콜 조치된 뼈와 피부 조직이 한국 환자들에게 대거 이식된 게 뒤늦게 알려져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것처럼 수입 이식재의 안전성 문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조용석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교수는 “수입되는 이식재들이 통관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들어오고 있지만 감염여부를 100%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감염 등 안전성 문제는 물론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인체조직기증이 활성화돼야 한다. 서종환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이사장은 “수입된 이식재는 안전성에 문제가 생겨도 역추적이 어렵고, 이식재 가격이 고가라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이식재는 본칩(뼛조각)과 피부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수입산 본칩은 공공조직은행 이식재 가격보다 30% 더 비쌌다. 피부는 50%나 가격차이가 났다.
[주요 이식재 수입현황]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헌혈처럼 공공기관서 관리해
‘영리 목적 사용’ 의구심 해소를
교육을 통한 인식 개선도 절실
기증된 인체조직이 영리 목적에 사용되고 있는 현실도 개선돼야 기증활성화는 물론 자급자족의 길이 가능하다. 누구나 자신의 신체를 온전히 보전하고자 하는 기본적 욕망을 갖고 있다. 망자도 예외는 아니다. 말이 쉽지 죽은 후 자신의 신체 온전성을 파괴하는 선택을 하기 어렵다. 인체기증은 자신의 신체를 온전히 보존하려는 욕망보다 타인을 향한 이타심과 희생정신의 산물이다. 기증자의 거룩하고 숭고한 의도가 퇴색되면 인체조직기증 활성화는 물론이고 이식재 자급자족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무상 기증된 인체조직 10개 중 9개가 민간영리업체에서 가공돼 시중에 상업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내 뼈와 피부가 사람을 살리는데 사용되지 않고 성형외과 등에서 미용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싫어 인체조직기증을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천재 베스티안부천병원 원장은 “교통사고, 화재는 물론 급속한 고령화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인체조직도 헌혈, 장기처럼 공인된 공공기관에서 관리를 해야 한다”면서 “인체조직이 각종 질환으로부터 고통 받는 환자의 생존과 치료를 위한 공공재로 자리를 잡지 못하면 이식재 자급자족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식재 자급자족을 위해서는 초ㆍ중ㆍ고등학교 정규 교과과정에 인체조직 기증 관련 내용을 편성하는 등 국가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서 이사장은 “인체조직기증 등 기증과 관련된 내용이 교과과정에 포함되면 미래사회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이 기증이 병든 사회와 고귀한 생명을 살리는 일임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면서 “어떠한 사람의 생명도 다른 사람의 필요나 욕망에 의해서 희생되거나 위험에 처해져서는 안 된다는 생명존중 인식은 물론 이식재 자급자족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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