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추 안 돼 조사 대상 아니다” “자진해서 받아야”
‘비선실세’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씨가 31일 검찰에 소환되면서 결국 의혹들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박근혜 대통령을 수사하지 않고서는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면책특권이 있는 대통령을 강제 수사할 수 있느냐는 법적 논란이 있지만 자발적으로 응한다면 얼마든지 조사가 가능하다.
법무부와 검찰은 대통령이 재직 중 형사상 소추되지 않을 헌법상 권리(불소추 특권)를 갖고 있어 기소를 전제로 한 수사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한민국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은 수사 대상도 되지 않는다는 게 다수설이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 이영렬 본부장도 “대통령은 형사 소추의 대상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나 헌법학자들은 형사상 공소의 제기만 못한다는 취지지, 수사나 압수수색은 할 수 있다고 보는 편이다. 헌법재판관을 지낸 한 원로 변호사는 “헌법 명문상 형사상 기소를 못한다는 취지이므로 수사는 할 수 있다”며 “헌재 결정에 따라 재임기간 동안에는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기 때문에 퇴임한 후에 공소시효가 남아있으면 기소도 할 수 있는 만큼 지금 수사를 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종익(45)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명문상 소추가 금지됐을 뿐 조사는 가능하다고 본다”며 “청와대 압수수색에 대통령 관련 자료가 당연히 포함돼있을 것이고 관련자들도 조사했기 때문에 대통령만 (조사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을 검찰청에 소환하는 등 구체적 조사방식은 좀 다른 문제일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모든 수사를 못 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진상규명 차원에서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응하기만 한다면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79) 경희대 석좌교수는 “소추는 처벌을 전제로 하는 기소이므로 기소할 수 없는 대통령을 강제 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서 대통령이 자진해서 검찰 조사에 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면답변을 하거나, 대통령이 응할 경우 검찰이 방문 조사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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