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 애니메이션 제목에서 착안
‘혼자 사는 인생’ ‘각자도생’ 등
10개 키워드에서 첫 글자 따와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내년 한국 사회를 관통할 주요 소비 경향 키워드로 ‘치킨 런’(Chicken Run)을 제시했다. 2000년 개봉한 동명의 애니메이션 영화는 영국의 닭 농장을 배경으로 인간에게 잡혀먹히기 전에 탈출을 시도하는 닭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 교수는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17’(미래의창) 출판간담회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자 극적으로 울타리를 탈출한 닭들처럼 정체와 혼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내년에는 위기에서 벗어나 비상하기를 기원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트렌드 코리아 2017’은 김 교수가 이끌고 있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매년 국내 소비시장을 분석해 내놓는 ‘트렌드 코리아’의 최신판이다.
‘치킨 런’은 ‘트렌드 코리아 2017’이 제시한 10가지 키워드의 영어식 표현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욜로 라이프(C’mon, YOLO) ▦B+ 프리미엄(Heading To B+ Premium) ▦픽미세대(I Am The ‘Pick Me’ Generation) ▦캄테크(Calm-Tech, Felt But Not Seen) ▦영업(Key To Success: Sales) ▦1코노미(Era Of Aloners) ▦버림(No Give Up, No Live Up) ▦컨슈머토피아(Rebuilding Consumertopia) ▦경험 is 뭔들(User Experience Matters) ▦각자도생(No One Backs You Up)가 그것이다.
김 교수가 이 중 가장 주목한 것은 ‘욜로 라이프’와 ‘각자도생’이다. ‘한 번 사는 인생’(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인 욜로와 혼자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뜻의 ‘각자도생’과 관련해 그는 “자기 지향적이고 현재 지향적인 소비 스타일에 따라 저축이나 투자처럼 미리 계획하고 내일을 대비하는 삶 대신 현실적 쾌락을 중시하는 소비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혼밥’ ‘혼술’처럼 1인 소비가 늘어나고 오래된 것을 버리기 위해 새로운 것을 사는 일이 늘어나는 현상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지난해 출간했던 ‘트렌드 코리아 2016’에서 강조했던 ‘가성비(가격 대 성능비)의 약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가격 파괴 상품보다 성능을 높인 프리미엄 상품이 인기를 끌 가능성이 크다”고도 말했다.
김 교수는 “퍼펙트 스톰(둘 이상의 태풍이 충돌해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현상)이 몰려오고 있는데 엔진이 고장 난 조각배에 선장도 구명정도 보이지 않는 형국”이라고 한국이 처한 현실을 진단했다. 조선ㆍ자동차ㆍ철강ㆍ통신기기 등 주력 산업이 흔들리면서 위기의 파고가 높아지고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저성장은 물건을 사지 않는 시기가 아니라 물건을 사는 방식이 바뀌는 시기”라며 “인간의 욕망은 경기가 좋거나 나쁘거나 막론하고 변화하지 않는다. 경기나 트렌드에 따라 표현방식이 달라질 뿐”이라고 말했다.
영화 ‘치킨런’에서 주인공들은 ‘닭은 날지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울타리를 넘어 탈출한다. 김 교수는 “경제 위기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기 위해 비상의 날개를 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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