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아랍의 봄(북아프리카ㆍ중동 지역 국가의 민주화 운동)도 비껴갔던 모로코가 한 생선 장수의 비참한 죽음을 계기로 들끓고 있다. 특히 그의 죽음은 아랍의 봄 시위를 촉발한 2010년 튀니지 노점상 분신 사건과 비슷해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수도 라바트와 북부 항구도시 호세이마 등 모로코 주요 도시에서 수만 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시위의 도화선은 호세이마의 생선 장수 무신 피크리(31)의 죽음이었다. 피크리는 지난달 28일 호세이마의 한 노점에서 어종 보호를 목적으로 판매 금지 품목에 오른 황새치를 팔다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이 황새치 500㎏을 압수해 쓰레기 수거차에 넣자, 피크리는 전 재산인 생선을 건지려 트럭 안으로 몸을 던졌다. 순간 쓰레기 분쇄기가 작동, 피크리는 참혹하게 숨졌다.
트럭 분쇄기 속에서 머리와 팔이 밖으로 드러난 피크리의 시신 사진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퍼졌고 시민들은 분노했다. 30일 호세이마에서 열린 장례식에는 3,000여명이 참석했고 피크리의 관 뒤를 따르는 추도객만 10㎞가 넘었다. 상인들은 상점을 닫았고, 어부들도 조업을 중단했다. 이에 내무장관은 사고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약속하고 국왕 무함마드 6세도 조의를 표했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식지 않고 있다.
피크리의 죽음은 2011년 튀니지 ‘재스민 혁명’을 촉발한 젊은 노점상의 죽음을 상기시킨다. 과일 노점상이었던 무함마드 부아지지(26)는 2010년 12월 당국의 노점상 철거에 항의하며 분신했고, 지배층의 억압과 부정부패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당시 벤 알리 대통령이 쫓겨나기도 했다. 이후 시민운동은 리비아, 이집트, 예멘, 시리아 등 중동ㆍ북아프리카 전역으로 번지면서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 리비아 카다피 정권까지 무너뜨렸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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