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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은 놔둔 채… 조선업 수술 대신 군살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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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은 놔둔 채… 조선업 수술 대신 군살빼기

입력
2016.10.3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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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3사 도크 31→24개로

직영 인력 규모 32% 감축

유망 신산업 발굴 계획에도

“10억 들인 컨설팅 어긴 처방…

조선 3사 모두 어려워질 수도”

세부계획도 없어 우려 목소리

결국 대마불사였다. 정부가 공급 과잉인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 부실 규모가 큰 대우조선해양을 일단 정상화한 뒤 매각하기로 함으로써 현행 ‘빅3’ 구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수술이 필요한 조선업계에 군살만 빼라는 처방을 한 셈이어서 전문가 비판이 적잖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대우조선의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분석한 것과도 배치된다.

정부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제6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확정ㆍ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2018년까지 조선 3사 도크(선박을 만드는 시설) 수를 현재 31개에서 24개로 23%가량 줄이기로 했다. 또 조선 3사의 직영 인력 규모도 6만2,000명에서 4만2,000명으로 32% 감축하기로 했다.

조선 3사 중 가장 부실 규모가 큰 대우조선해양은 ‘플로팅 도크’(해상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설비 및 공간)를 매각하는 등 건조 능력을 30% 축소한다.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이었던 해양플랜트 사업도 점진적으로 줄여갈 방침이다. 또 14개 자회사를 팔고 조선소 사업장 외 모든 부동산도 매각하며 2018년까지 직영인력 5,500명도 감축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유휴 도크 3개의 가동을 중단하고 태양광ㆍ풍력 등 비(非) 조선해양 사업 부문 분사를 추진한다. 삼성중공업도 호텔, 선주 숙소 등 비생산자산을 매각하고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조선 3사는 자구계획과 함께 각 사별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 유망 신산업도 발굴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선박 연관 융합 서비스업 진출을 모색한다. 조선과 부품유통·서비스를 융합한 ‘애프터마켓’(상품 판매 후 정기적인 점검 또는 소모품 교환 같은 시장) 사업, 조선과 정보통신기술(ICT)·물류산업을 융합한 ‘스마트십’(smart ship) 시스템 분야 등을 육성할 방침이다. 해양플랜트 핵심기자재 사업과 LNG 벙커링(선박에 LNG를 공급하는 서비스) 등 신시장도 개척한다.

삼성중공업은 상선 부문을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전문화한다. 운영정비(O&M), 심해저개발 사업, 위험작업 대체로봇 제작ㆍ판매 등 여러 사업에 신규 진출할 계획이다.

대우조선은 대형 LNG선, 고효율 메가 컨테이너 등 차세대 신선박 사업에 나선다. 연료전지나 에너지 저감장치 등 차세대 선박추진체계를 개발하고, 첨단 기술과 건조 기술을 활용해 수출 방산 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아울러 조선3사는 공동 출자로 내년 상반기 중에 해양플랜트 설계 전문회사를 설립하고 설계 전문인력 8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정부도 수주 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11조원 규모로 250척 이상의 선박을 발주할 방침이다. 2018년까지 7조5,000억원 규모의 공공선박 63척 이상을 조기 발주하고, 2020년까지 3조7,000억원의 자금을 활용해 75척의 발주를 지원한다.

또 5년간 민관 공동으로 연구개발(R&D)에 7,500억원을 투자해 전문인력 6,600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 2,40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선박 핵심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그러나 조선업계의 최대 관심사였던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이 사실상 현행 유지로 결론 나면서 ‘빅3’의 ‘빅2’ 체제 개편은 현 정부에서는 이뤄지지 않게 됐다. 정부는 “채권단 관리하에 있는 대우조선은 상선 등 경쟁력 있는 부문을 중심으로 효율화할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주인찾기’를 통해 전문성 있고 능력 있는 대주주 등의 책임경영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언제, 구조조정을 할지에 대한 세부 계획은 없었다.

대우조선은 이미 진행 중인 자구계획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등 일부 업계는 조선업 위기의 근본 원인인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은 것에 불만을 드러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 3사가 총 10억원을 내고 실시한 맥킨지 컨설팅은 왜 한 건지 모르겠다”며 “칼을 댈 곳에 약처방만 하고 넘어가면 제대로 된 치료를 못 해서 장기적으로 더 큰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1년 반 전에 서별관회의에서 결정해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을 투입하자고 한 후에도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며 “대우조선 때문에 조선 3사가 모두 어려워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도경환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은 “이번 방안을 만들 때 3사 체제 유지냐, 2사 체제냐는 테마(논의 주제)가 아니었고 현재 우리 조선산업의 어떤 분야를 어떻게 축소하고 보강할 지가 논의의 중점이었다”며 “(3사 체제) 유지와 폐지는 시장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니까 결국 아무도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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