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워치 붐을 일으킨 ‘애플 워치’가 출시된 지 불과 1년 6개월 만에 판매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정보기술(IT) 기기로 꼽혔던 스마트 워치가 소수 마니아 제품으로 전락하는 징후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IT 업계에 따르면 독일계 통계 포털 ‘스타티스타’는 최근 시장 조사 기관 IDC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의 추정치를 토대로 애플 워치의 세계 판매량이 지난해 2∼4분기까지 늘다가 올해 1∼3분기에는 연속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발매된 애플 워치는 작년 2분기 360만대를 시작으로 3분기 390만대, 4분기 510만대까지 판매량이 상승하다 올해 1분기 220만대로 급감했다.
올해 2분기 판매량은 160만대, 3분기는 110만대로 더 줄었다.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약 5분의 1 수준이다. 고객 입소문을 타고 매출이 빠르게 올라가는 다른 IT 신제품의 성공 방정식과는 정반대다.
애플 워치의 빠른 하락세는 출시 1년 반 사이 폭발적 성장세를 보인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와도 대조적이다.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를 연 아이폰은 출시 당시인 2007년 2분기 판매량이 30만대에 그쳤지만 2008년 3분기 때는 690만대로 판매량이 23배나 불어났다.
태블릿PC 열풍을 일으킨 아이패드도 2010년 2분기 발매 뒤 다음 해 3분기에 접어들며 분기별 판매량이 3배 이상 급증했다.
애플 워치는 올해 3분기 기준 세계 스마트 워치 시장의 41.3%를 차지한 선도 제품이다. 애플 이외 주요 제조사로는 가민(올 3분기 점유율 20.5%)과 삼성전자(14.4%)가 있다.
애플 워치의 부진을 많은 전문가는 스마트 워치가 보편적 IT기기로서의 가치를 입증하지 못한 증거라고 설명한다. 스마트폰에 종속된 고가의 액세서리라는 편견에 갇혀 수요가 대폭 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 워치도 40만대가 판매돼 작년 3분기와 비교하면 수치 변화가 거의 없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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