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ㆍ김수한 등 8명 참여
“朴, 메모하며 진지하게 경청”
29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상임고문단의 청와대 회동에서는 최순실 파문에 따른 국정마비 상황을 돌파할 해법에 대한 제언이 쏟아졌다. 이 자리에선 대통령은 외교ㆍ국방ㆍ통일 문제에 전념하고 내치는 야당과 국민의 신뢰를 받는 총리를 뽑아 맡기라는 주문이 많았다.
1시간가량 이어진 회동에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수한ㆍ박관용ㆍ박희태ㆍ강창희 전 국회의장, 김용갑ㆍ신영균ㆍ이세기 전 의원 등 8명이 참여했다.
박 대통령이 “시국이 어수선해 죄송하다. 좋은 얘기를 해 달라”고 서두를 풀자, “왜 직언하는 사람을 곁에 두지 못했냐”(김용갑 전 의원)며 청와대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쓴소리부터 쏟아졌다. 김 전 의원은 “혹시 박 대통령이 그만 두는 한이 있더라도 국민이 납득하는 해결책을 소신 있게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 동력 회복 방안으로는 책임총리를 임명해 내치를 위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세기 전 의원은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전제로 차기 총리 적임자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꼽는 이도 있었다”면서 “웬만한 건 총리에게 다 맡기고, 대통령은 외교ㆍ국방에 전력을 다하는 쪽으로 하는 게 옳지 않겠냐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상임고문들은 대대적 인적 쇄신 필요성을 전달하면서 타이밍을 놓치면 헌정중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김수한 전 의장은 “성난 민심을 수습하고,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라면 사소한 문제에 구애돼서는 안 된다는 걱정을 같이 했다”며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이해가 아니라 나라가 우선이라는 게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고문들이 수습책을 내놓으면 메모하며 진지하게 경청했다고 참석자들이 입을 모았다. 김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이) 제대로 잠을 못 잔 거 같이 얼굴이 까칠하더라” 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회동 말미에 “고견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최선을 다해 이번 일을 수습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춘 전 실장은 “언론보도나 여러 경로로 나타나는 민심을 있는 그대로 소상히 전달했다”며 “(박 대통령이) 많은 노력을 하시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30일에는 시민사회 원로들과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회동에는 조순 전 서울시장, 이홍구ㆍ고건 전 총리, 진념 전 경제부총리,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 이세중 변호사 등 12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도 현 상황의 심각성을 전하며 신속하고 과감한 인적 쇄신의 필요성이 거론됐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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