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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박근혜ㆍ시진핑ㆍ아베의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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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박근혜ㆍ시진핑ㆍ아베의 4년

입력
2016.10.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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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근혜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왼쪽부터 박근혜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촛불집회가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다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촛불집회가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다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발은 같았다.

한중일 3국은 4년 전 똑같이 새 지도자를 맞았다. 2012년12월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대통령은 이듬해 2월 취임했다. 시진핑은 2012년11월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된 뒤 2013년3월 국가 주석 자리에 올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임기도 2012년12월 시작됐다.

세 지도자는 나이도 비슷하다. 1952년생인 박 대통령이 시 주석보다 한 살 많고, 아베 총리는 이런 시 주석보다 한 살이 어리다.

가문의 후광이 컸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18년 동안 독재 권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보며 ‘공주’로 자란 박 대통령처럼 부친(시중쉰)이 부총리를 지낸 시 주석도 중국의 금수저인 태자당으로 분류된다. 시 전 부총리는 국민당에 쫓긴 마오쩌둥이 산시(陝西)에서 힘을 비축한 뒤 베이징으로 진격하는 과정에 기여한 혁명원로였다. 아베 총리도 2차 세계 대전 A급 전범으로 총리까지 지낸 외할아버지(기시 노부스케)와 외무상이었던 아버지(아베 신타로)를 둔, 정치 명문 후손이다.

국정 철학도 유사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 부흥과 국민 행복으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시 주석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베 총리는 ‘아름다운 일본’과 경제 부양을 위해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는 ‘아베노믹스’를 내 세웠다. 표현은 서로 달랐지만 세 사람은 똑같이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국가 지도자에 올랐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세 사람의 위상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시 주석은 더 세졌다. 중국공산당은 지난 27일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전임자인 후진타오 주석에겐 붙이지 않았던 ‘핵심’이란 수식어를 쓴 것은 앞으로 시 주석의 권력이 더 공고해질 것이란 뜻이다. 시 주석의 임기는 최소 2022년까지다.

시 주석이 ‘핵심’이 되기 하루 전인 지난 26일 일본 자민당도 총재 임기를 현행 2기 6년에서 3기 9년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아베 총리가 2021년 9월까지 장기 집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일본의 최장수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그는 앞으로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헌법 개정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일 양국에서 강한 지도자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지난 4년 국민들의 삶이 풍족해지고 기업들도 성장한 덕분이다. 2012년 7조9,917억달러였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11조3,916억달러로 42.5%나 커졌다. 중국의 3분기 GDP성장률도 6.7%를 기록,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9월 실업률이 3.0%를 기록했다. 21년만의 최저 수준으로, 사실상의 완전고용이다. 기업들은 엔저 호황이다.

이런 중일 지도자와 달리 박 대통령은 취임 4년도 안 돼 최대 위기를 맞았다. 황당하고 어이 없는 비선 실세들의 국정 농단 진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에 국민들은 더 이상 대통령의 말을 믿을 수 없게 됐다. 영(令)도 안 선다. 그럼에도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거나, 전혀 알고 싶어하지 않는 대통령의 무지와 오만은 사태만 더 꼬이게 만들고 있다. 마음 같아선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고 싶지만 나라 걱정에 이를 자제해 온 국민들은 결국 분노하며 29일 광화문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 0%대 성장률과 일자리 절벽에 좌절한 이들도 함께 목소리를 냈다.

4년 간 중일은 더 강해진 반면 한국은 오히려 후퇴했다. 국가를 살려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국가에 짐이 된다면 그 나라의 미래는 없다. 박 대통령은 지도자로서 국가와 민족, 가문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숙고해야 한다. 주변 쇄신으론 부족하다. 결단이 필요하다.

박일근 산업부장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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