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과 연결고리 의혹 비서관 3인방
우병우ㆍ안종범 ‘쇄신 타깃’ 쳐내
“박 대통령 업무 공백 불가피” 분석
수석 10명중 4명 교체 쇄신 모양새
게이트 연루 안된 비서실장도 바꿔
청와대 이르면 이번주 후속 인사 전망
박근혜 대통령이 난파 직전의 정권을 구하기 위해 30일 우병우 민정수석과 ‘문고리 3인방(이재만ㆍ정호성ㆍ안봉근 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핵심 참모들을 모두 쳐냈다. 박 대통령이 26일 비선실세 최순실(60)씨의 국정 개입을 시인ㆍ사과한 뒤 나흘을 끌다 발표한 첫 번째 국정 쇄신책이었다.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4명까지 교체한 이번 1차 청와대 개편의 폭은 민심의 요구에 부응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박 대통령이 국정 동력을 곧바로 회복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정부 쇄신을 위한 개각이 남아 있고, 여론으로부터 ‘대통령 부적격’ 판정을 받은 박 대통령이 권한을 분산하는 조치를 내놓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박 대통령은 이재만 총무ㆍ정호성 부속ㆍ안봉근 국정홍보 비서관을 퇴진시키라는 거센 압박에 끝내 굴복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정치에 발을 들인 1998년 이후 18년 내내 가장 가까운 곁을 지킨 최측근이자 수족들이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말 정윤회씨의 국정 농단 의혹 때는 3인방을 끝까지 감쌌지만, 이번엔 지키지 못했다. 정 비서관은 최씨에게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한 청와대 자료를 넘긴 당사자로 몰려 있고, 3인방 모두 박 대통령과 최씨를 연결하는 고리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터였다. 여권 관계자는 “3인방의 자리는 비서관들의 업무를 잘 아는 내부 승진 인사 등을 통해 채우겠지만, 그간 모든 일이 3인방을 통해 이뤄진 만큼 한 동안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다”면서 “박 대통령이 어쩔 수 없이 3인방을 내주고 패닉(공황상태)에 빠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석 위의 비서관’이라 불린 3인방이 떠나면서 청와대 의사결정 구조 자체는 정상화됐다는 평가가 많다. 박 대통령이 앞으로 비서실장과 각 수석실을 중심으로 한 공식 라인을 통해서만 업무를 볼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야권이 쇄신 타깃으로 지목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우병우 민정수석도 내주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박 대통령을 도운 안 수석은 박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참모였지만, 미르ㆍK스포츠 재단 강제 모금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쏟아지면서 청와대를 떠나 검찰 수사 칼끝에 서게 됐다. 그는 그간 “내 모든 것을 걸고 최씨를 모르며, 모금을 주도하지 않았다”고 부인해 왔다. ‘청와대 최고 실세’로 불린 우 수석도 이번에는 버티지 못했다. 최씨의 국정 농단을 방기한 책임에다, 그를 오만하다고 본 정치권ㆍ검찰의 공세가 겹쳐 불명예 퇴진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에 직접 연루되지 않은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성우 홍보수석, 김재원 정무수석의 사표도 수리했다. 이 실장을 취임 5개월 만에 교체하고, 수석비서관 10명 중 정책 담당을 제외한 핵심 수석 4명을 바꿔 쇄신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와 내각에 쓸 사람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날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4명을 경질하면서 후속 인사는 민정수석(최재경 전 인천지검장)과 홍보수석(배성례 전 국회 대변인) 2명만 우선 임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사람이 구해지는 대로 이르면 이번 주 중에 인사 내용을 순차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위기 대응 속도가 느렸던 박 대통령이 조급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권 인사는 “탄핵ㆍ하야 요구까지 받는 박 대통령이 최소한의 품위를 회복하려면, 가진 것을 많이 내려 놓아야 한다”며 “내치 권한을 분담할 국무총리 인선과 개각 폭이 국정 정상화의 다음 시험대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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