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나섰지만 말끔히 정리
이미 은폐ㆍ폐기 가능성도 제기
업무용 휴대폰ㆍ이메일은 확보
‘주는 대로 받는’ 청와대 압수수색 실효성 논란도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 등 우여곡절 끝에 검찰이 30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 관련 자료를 확보했으나 전날 이들의 주거지 압수수색에서는 거의 건진 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검찰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핵심 증거가 이미 은폐ㆍ폐기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들도 청와대가 주는 대로 넘겨받아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은 이날 법원에서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청와대 측이 제공하는 자료를 확보했다. 청와대는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의 핵심 인물들이 사용하던 업무용 휴대폰, 컴퓨터 하드디스크, 보고ㆍ결재 공문서, 내부 메신저 대화, 청와대 계정의 이메일 등을 검찰에 제출했다. 일부 전산 자료는 청와대 서버에서 송ㆍ수신 내용을 복사하거나 출력한 사본이 제출됐다. 업무용 휴대폰을 제출한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은 새로 업무용 휴대폰을 개설해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전날 검찰이 압수수색을 나간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 김한수 행정관 등의 주거지는 이미 말끔히 정리된 상태로 확보한 자료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문서를 유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지만, 설사 문건을 밖으로 유출했다 해도 의혹이 제기된 지 충분한 시간이 지난 탓에 이미 은폐ㆍ폐기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9일 청와대 내부 문서 유출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의 청와대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었다. 안 수석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 및 모금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정 비서관은 최씨에게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해 청와대 기밀 문건을 대량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이 청와대에 갈 때만 해도 압수수색은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했다. 검사와 수사관들이 청와대 연풍문에서 영장을 제시한 후 영장에 기재된 자료를 요구하면 청와대가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012년 11월 이광범 특별검사팀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 수사를 할 때도 이 같은 방식을 취했다. 하지만 검찰이 “제출 받은 자료가 요구 수준에 못 미친다. 직접 사무실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전하자 청와대는 ‘불승인 사유서’를 내밀고 “더 이상 압수수색 진행을 승낙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를 주도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검찰은 “압수수색이 (청와대의 불승인 때문에) 지장을 받게 됐다. 영장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이에 대해 ‘살아 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던 검찰이 뒤늦게 청와대를 몰아붙이는 제스처를 취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과거에도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검찰이 과연 청와대의 반응을 예상치 못했겠냐는 것이다.
임의제출 형식의 압수수색에 대해 실효성 논란도 제기됐다. 청와대가 넘겨주는 자료만 받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청와대가 형사소송법 조문을 들어 (압수수색을) 불승인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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