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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안종범, K재단 의혹 커지자 ‘SK에 80억 요구’ 입막음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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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안종범, K재단 의혹 커지자 ‘SK에 80억 요구’ 입막음하려 했다”

입력
2016.10.30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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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출석해 검찰 청사로 들어가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출석해 검찰 청사로 들어가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安, 국감 공세 시달린 다음날 연락

전화 안 받자 직원이 접촉 시도

또다른 기업에 추가 투자 논의도”

안종범(57)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강제모금’ 의혹이 확산되던 무렵, 정현식(63) 전 K스포츠 사무총장에게 접촉을 시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안 수석은 두 재단의 설립ㆍ운영에 개입한 핵심 인물로 지목되며, 정 전 총장은 올해 초 SK를 찾아 ‘K스포츠에 80억원을 추가 투자해 달라’고 했던 당사자다. 안 수석이 K스포츠의 모금 경위나 운영 과정을 속속들이 아는 정 전 총장의 ‘입막음’을 하려 한 정황으로 보인다.

정 전 총장은 2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가 터진 뒤 청와대 등이 흔적을 지우려 접촉해 온 적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10월 22일 오후 3시40분쯤 안 수석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 왔으나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지난달 23일 미국으로 떠난 정 전 총장이 국내에 도착(22일 오후 3시20분)한 직후였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최근 자형이 돌아가시고 지병이 있는 누나가 미국에 혼자 있어 가 보려 했는데, ‘해외 도피’라는 의심을 살까 봐 9월 국정감사 증인채택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출국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체류 중엔 현지 유심을 휴대폰에 넣어 국내와는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그 이후 K스포츠 직원 등을 통한 간접적인 접촉 시도가 이어졌다. 정 전 총장은 “24일쯤 재단 직원 A씨가 집으로 전화해 ‘연락이 닿았으면 한다’고 했는데, ‘재단에서의 일을 이야기하지 말라’는 뻔한 내용일 것 같아 반응을 일절 안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나 안 수석의) 우회적인 접근”이라고 해석하면서 “이 밖에 비슷한 시도가 여럿 있었는데 이미 (사실대로 증언하겠다는) 마음을 굳힌 상태여서 대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 수석의 ‘통화 시도’ 시점은 예사롭지 않다. 18일부터 K스포츠 측이 국내 대기업(SK)을 상대로 80억원 추가 투자를 요구하며 사업 주관사를 최순실(60)씨 소유의 독일 법인 ‘비덱 스포츠’로 지정한 사실이 공개돼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통화 시도 전날인 21일에는 이에 관여한 K스포츠 관계자가 바로 정 전 총장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됐고 안 수석은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개입하지 않았느냐”는 공세에 시달렸다. 안 수석이 급박한 상황이 되자 정 전 총장에 대한 회유ㆍ설득에 나선 정황으로 해석된다. 만약 실제로 ‘증언 왜곡’을 이끌어냈다면 증거인멸에 해당한다.

또 정 전 총장이 검찰에 출석하기 하루 전인 26일에도 안 수석은 정 전 총장의 부인에게 “사모님. 제가 정 총장님 도와드릴 수 있으니 꼭 연락 부탁드립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정 전 총장은 또, “SK나 롯데 이외의 다른 대기업 한 곳을 상대로도 추가 투자를 받으려 했었다”고 폭로했다. 80억원을 요구받은 SK는 사업성 검토 후 거절했고, 롯데는 70억원을 내놓았다가 열흘 후 되돌려 받았다. 그는 다만 “이야기만 꺼낸 상태에서 성사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금액도 논의되지 않았고, 가능성만 타진하다 접었다”고 했다.

안 수석의 ‘K스포츠재단 관여’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구체적인 증언들도 나왔다. 정 전 총장은 “K스포츠 합류 즈음 안 수석이 ‘감사를 맡아달라’고 했는데, 그 직전에 최씨도 같은 말을 해 ‘두 사람 사이에 교감이 있구나’고 여겼다”며 “안 수석과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통화했다”고 말했다. 주로 SKㆍ롯데 등으로부터의 자금 조달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안 수석은 주로 ‘VIP(대통령) 관심사항인데 이렇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지난해 12월 27일~올해 7월 21일 나눈 문자메시지는 55차례이며, 휴대폰 일정표상 직접 만난 것은 7차례로 추정된다. 본보는 이날 안 수석의 해명을 듣고자 수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씨에 대해 정 전 총장은 “K스포츠를 실질적으로 지배한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최씨한테서 면접을 본 데다, 다른 이들 모두가 최씨를 ‘회장님’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재단 설립 직후 안 수석과의 첫 대면에 대해서도 “최씨가 ‘가서 한번 인사를 하시죠’라고 해 플라자호텔에 나갔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말 사임한 이유에 대해선 “언젠가부터 꺼림칙한 느낌이 들어 ‘단돈 10원도 불투명하게, 정당성 없이 집행할 수 없다’고 하자 업무가 안 주어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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