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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PD "김기춘은 최순실 관련 내용 알았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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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PD "김기춘은 최순실 관련 내용 알았을 것"

입력
2016.10.3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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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백'의 최승호 감독이 페이스북 라이브방송 '오동진 라제기의 영화담담'에 출연해 '자백' 연출기와 한국사회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최재명 인턴기자
영화 '자백'의 최승호 감독이 페이스북 라이브방송 '오동진 라제기의 영화담담'에 출연해 '자백' 연출기와 한국사회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최재명 인턴기자

1990년 등장한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과 한 몸 같던 방송인이었다. 사회 곳곳의 비리와 부조리를 찾아내어 매주 화요일 밤 안방에 서늘한 경각심을 안겨주었다. 2006년 한반도를 넘어 세계 과학계까지 뒤흔들었던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논문 조작도 그의 지휘아래 세상에 실체를 드러냈다. ‘PD 저널리즘’이라는 신조어 등장에 일조했고, 국내에 탐사보도 영역을 개척하며 스타 PD로 갈채를 받았던 그는 최근 감독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으로 극장가까지 진출한 최승호 감독을 지난 28일 오후 한국일보 페이스북 영화채널 ‘영화, 좋아’의 라이브 방송 ‘오동진 라제기의 영화담담’이 만났다. 지난 13일 개봉한 ‘자백’은 탈북 뒤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다 간첩으로 몰린 유우성씨 사건을 중심으로 국가정보원의 고질 중 하나인 간첩조작 의혹을 파헤친다. 최 감독이 2012년 MBC에서 해고된 뒤 근무 중인 대안언론 뉴스타파에서 보도했던 내용에 추가 취재로 살을 붙이고, 편집을 한 뒤 개봉해 29일까지 10만6,331명을 모았다. 최 감독은 아직 ‘새 옷’에 적응이 안 된 듯 “신인 감독 최승호”라고 쑥스러운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영화 ‘자백’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내가 MBC에서 해고된 뒤 뉴스타파에 들어가서 취재를 하는데 유우성씨 간첩조작사건이 일어났다. 그 사건 뒤 3년 동안 계속 취재를 했다. 취재를 해서 보니 아직도 국정원이 수십 년 전과 같은 (간첩)조작을 하고 있다라는 걸 알게 됐다. 수십 년 전 사건에도 관심이 생겨 취재를 했다. 수십 년엔 박정희 대통령,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 시대인데 과연 본질적으로 변한 것이 무엇인가, 간첩조작, 인권, 국가정보기관의 수사에 대한 인식 이런 것들이 달라진 점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비슷한 행태를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는 게 내 영화의 내용이다.”

-영화는 지금도 국정원에 의해 간첩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옛날에는 그냥 간첩 사건보다 간첩단 사건이라고 하면 집권자들이 좋아했다. 특히 간첩단 사건을 박정희가 좋아했다. 아무 관계가 없는 사건을 엮어 간첩단을 만드는 거다. 조작한 뒤 대통령이 청와대로 수사진을 초청해서 밥도 주고, 금일봉도 주고, 훈장도 주고, 그랬다. 그 당시 중앙정보부(국정원의 전신)에서 간첩단을 자꾸 만들었다. (전 청와대 비서실장인)김기춘 선생님께서 대공수사국장으로 굉장히 많은 간첩단 사건을 만들었다.”

-영화를 보다 보면 간첩 조작에 대해 아직 속죄하지 않는 사람이 많고, 그 사람들이 여전히 시스템 안에서 건재하다는 것에 분노하게 된다.

“(이 영화를)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최순실 사태, 박근혜 게이트의 참고서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최근 10만 관객을 넘었다.

”요즘 배급사에서 수치를 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전달해 줘서 보게 된다. 이게 중독된다. 약간(웃음). 개봉이라는 게 신인감독에게 버거운 일인 줄 알았다면 이걸 선택을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요즘 굉장히 사실 바쁘기도 하다. (다들)최순실 사태로 난리법석인데…”

-KBS같은 공영방송이 건전하게 살아있다면 이 작품이 극장으로 유통될 작품이 아니다. 사실은 공공채널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만나야 한다.

“물론 내가 이거를 만들었을 때는 극장용으로 만든 거다, TV용으로 만든 건 아니다. 극장용이기 때문에 영화적인 체험을 위해서 그전에 제가 해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집어넣었다. TV로 만들었다면 조금 다르게 만들었을 것이다. 만약에 TV로 이런 사안들에 대해서 보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굳이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안 했을 것이다. TV로 맘껏 보도했다면 이런 사건들이 생기다 말았을 거다.”

영화 '자백'에서 최승호 감독이 원세훈 전 국정원에게 간첩조작 사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질문 공세를 하고 있다. 엣나인 필름 제공
영화 '자백'에서 최승호 감독이 원세훈 전 국정원에게 간첩조작 사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질문 공세를 하고 있다. 엣나인 필름 제공

-마지막 장면이 영화의 핵심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국정원 너머로 서울시의 전경을 보여주는데, 한국이 국정원 공화국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국정원을 촬영해서 그것을 마지막 장면에 집어넣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그런데 촬영하는 게 쉽지가 않았는데 (국정원이)잘 보이는 지점을 우여곡절 끝에 찾아서, 여러 차례 (그 높은 곳에)올라가서 촬영을 했다.”

-만드는 사람의 의지가 아주 주요하게 작용하는 다큐멘터리다. 제작 중 힘든 점은 없었나.

“있었다. 특히 제일 힘들었던 장벽은 국정원에서 자살한 한준식씨에 대한 취재였다. 결국 나중에 북한에 있는 한씨 딸과 전화 통화하고 아버지 소식을 전해주는데,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가는 의문이 제일 큰 장벽이었다. 이게 안 되면 영화로써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유우성 사건은 자세히는 몰라도 대충 다 알려진 사안이고, 대중들이 전혀 모르는 어떤 강렬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걸 위해서 오랫동안 노력을 했고, 결국 나름대로 성공을 했다.”

-큰삼촌, 아줌마 등으로 불리는 국정원 수사관 등 실무 관계자들에게 다가가기 힘들지 않았나.

“그분들이 더 겁을 냈다. 카메라 촬영이 되는 상황을 처음 겪으니까. 국정원 직원 같은 경우 카메라를 들이대고 방송매체에서 찍는다는 게 그동안 상상하기 어려웠다. 국정원 사람들도 자신이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반응도 보였다. (국정원)합동신문센터 가서 촬영하면 막 잡아갈 것처럼 그런다, (찍은 내용)다 내놓으라고도 하고. 그런 식의 사고방식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라 취재진도 위협을 많이 느꼈는데, (그들은 만난) 장소가 법원이니까 마음대로 행동하기도 어렵고, 우리가 카메라 들고 부릅뜨고 가니까 자기네가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 된 거다. 도망을 가고, 명함 내놓으라고 하기도 했다. 그분들은 굉장히 황당했을 거다. ‘어떻게 국정원 요원들한테 PD나부랭이가 와가지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이런 사태가 있을 수 있나’ 생각했을 것이다.”

-당사자들에게 따로 연락 오거나 소송 위협 같은 것은 없었나.

“그분들이 나를 고소했다. 큰삼촌, 아줌마, 또 한 사람이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나랑 뉴스타파가 3억원을 내놓으라고 했는데 그분들이 졌다. 사실상 직원이름으로 고소했지만 국정원이 소송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서 3심까지 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심 판결 보고 항소를 안 했다. 형사고소에 대해선 검찰이 소환을 했는데 나는 안 갔고, 나중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시사회에서 만나 관객들이 한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이 영화를 주변에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여러 번 봤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감사하고 눈물겹기도 하다. ‘자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자기가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살아오면서 너무 안일하게 살아왔구나’, ‘뭔가 우리 사회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변화에 대해서 역할을 해야겠다’라고 말하시는 분이 많아 참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뉴스타파에서 최순실 관련된 특종을 준비 중인가.

“취재를 하고 있는데 JTBC와 다른 매체들이 굉장히 뛰어난 보도들을 하고 있어서 어마어마한 특종을 할 수 있다는 말은 못 드릴 것 같다. 어떤 언론이든 이 사태를 두고, 손가락 빨고 싶진 않을 거다(웃음).”

-유우성씨 간첩조작에 결정적인 증인 역할을 한 유씨 동생 유가려씨가 좀 더 강한 모습을 보였으면 어땠을까.

“최근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로 이름을 바꾼 합동신문센터가 견딜 수 없는 곳이다. (탈북자가)간첩이라는 의심이 들면 의심만 가지고도 6개월 동안 가둬둘 수 있다. 유가려씨는 달력도 안주고, 변기에 앉으면 배까지 보이는 화장실에다 CCTV까지 설치된 곳에 있었다. 그 상태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너 간첩이지, 간첩이지, 하면서 때리고… 아줌마 수사관 같은 경우 진술을 잘하면 안아주고, 너의 양어머니가 되고 싶다 하다 가도 진술을 번복하면 때리는 식이었다. 거짓진술을 했기 때문에 번복하는 건데도 때리는 거였다. 허위자백에 대한 해외 심리학자들에게 국정원의 시스템을 이야기해주니까 정말 경악을 했다. 어떻게 문명국가에서 그런 심문을 할 수 있는가, 그런 심문에서 나오는 진술은 진실이라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화에 나오는 내용을 보면 정말 저럴 수 있을까 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지금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유우성씨)사건이 벌어지고 난 다음에 국정원이 개선을 하겠다, 심지어는 심문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겠다고 했는데 안 지키고 있다.”

-취재를 하다 보면 현실에 크게 분노를 할 만도 한데 냉정을 유지한다.

“내가 만약에 화를 내면 보는 분 들이 화를 안 내시게 된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얼마나 센 분들인가. 권력을 휘둘렀고 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는데 두 사람 앞에서 내가 큰 소리를 치며 공격적으로 대하면 그 분들이 조금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껴질 수 있다.”

최승호 감독은 1970년대 간첩조작 사건의 재일동포 피해자를 취재하기 위해 김포공항에 갔다가 사건 관련자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연히 마주한다. 엣나인 필름 제공
최승호 감독은 1970년대 간첩조작 사건의 재일동포 피해자를 취재하기 위해 김포공항에 갔다가 사건 관련자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연히 마주한다. 엣나인 필름 제공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김포공항에서 만나 옛 간첩조작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혀달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김 전 실장의 일정을 알고 미리 대기하다 만나게 된 것인가.

“아니다. 완전히 우연히 만난 거다. 일본에 (피해자)취재하러 가는 길목에 가해자가 발견이 된 거다. 그때 등골이 찌르르 했다. 3년 동안 취재하면서 가장 운명적인 순간이었다. ‘아 이분들이 운이 다했구나. 어떻게 이런 기회가 나한테 생기지? 수십 년 동안 간첩조작하고 잘 살아온 분들이 운이 다 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혹시 여러 가지 이유로 다큐멘터리에선 드러내지 않은 내용이 있다면.

“그런 건 없다. 취재한 것 중에 중요한 건 다 보여준다. 다만 한준식씨가 간첩이냐 아니냐를 두고 마지막까지 취재를 하며 태국 이민국 자료를 조사하다가 도저히 간첩이라고 보기 힘든 일이 발생했던 것을 알게 됐다. 그걸 취재해서 집어넣어서 편집을 했는데 너무 재미가 없었다. 영화랑 시사프로그램의 차이가 있더라. 영화는 재미가 있어야 하잖나. 그래서 뺐다.”

-한준식씨 사연을 전해주는 후배 탈북자도 인상적으로 보였다.

“북한이라는 체제가 정말 너무 말도 안 되는 체제이지 않나. 거기서 심하게 (인권 침해를)당하다가 여기 와서 국정원에서도 당하면 화도 내지만, 대부분은 북한에서도 그러니까라는 생각을 한다. 어쨌든 국정원만 통과하면 자유로운 세계로 나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다. 간첩조작사건이 막 벌어지는 게 결국 탈북자 인권 문제다. 인권이 보장되는 한국이라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근본적으로 말도 안 되는 조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대해서 당사자인 탈북자들은 별 의식이 없다.”

-탈북자들을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집합으로 여기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 “그 후배 탈북자가 계속 이야기를 숨기고, 더 이상 협조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그 이유를 알겠더라. 국정원에서 나올 때, 그 안에서 있었던 일을 발설하지 않겠다고 각서도 쓰고 그런 거다. 탈북자에게 국정원은 무서운 존재죠.”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

”뉴스타파라는 매체를 통해서 뉴스로만 방송을 하다가, 그 힘의 한계를 느껴서 택한 게 영화다. 사실은 세상을 바꿔보려고 이 영화를 만든 거다. 생각보다 영화라는 매체는 시간성보다 오래 영향을 주는 거지 한 방에 주는 건 아닌 것 같더라. 10만명 정도 봐서는 당장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영화 '자백'의 최승호 감독. 최재명 인턴기자
영화 '자백'의 최승호 감독. 최재명 인턴기자

-MB ‘PD수첩’ 명함을 가지고 취재할 때랑 많이 다르다고 실감하나.

”아무래도 뉴스타파라고 하면 사람들이 무시를 한다. ‘어디야?’ 뭐 이런 반응들이다(웃음). 인터뷰 못하겠다 안 하겠다 이런 이야기를 쉽게 한다. 예전 ‘PD수첩’을 상대로 인터뷰를 거절하려고 하면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해야 되지 않았나. 그런데 이젠 훨씬 더 쉽게 (거절을)한다. 나경원 의원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끝까지 안 하더라.”

-언론환경이 좀 좋아지고 있다고 보나.

“뉴스타파가 잘하지는 못하지만 KBS 그만두고 온 기자도 있고 해직당해서 온 기자도 있고,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열심히 하려고 애를 쓴다, 현직에 있는 기자들이 ‘선배들이 저렇게 하니까 우리도 좀 해 봐야겠다하’는 마음을 품도록 도와주는 게 확실히 있는 것 같다.”

-최순실 게이트 보도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하는 JTBC의 손석희 사장에 대한 소회가 남다를 듯하다.

“나는 (손)선배 JTBC로 간다는 이야기를 미리 들었는데 잘 가시라는 쪽이었다. 종편이니까 섭섭하다는 다른 분들의 반응도 많았지만. 가셔서 분명히 좋게 잘 바꿔보고 싶다는 말을 하셨고,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나도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이 정도로 좋아질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상당히 큰 역할을 하시는 것 같다. 질투라기보다, 많이 배운다.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신 것 같다.”

-최근 MBC의 최순실 게이트 보도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가.

“MBC보도는 엉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건에 대해 한 사과가 문제가 많았는데 그날 (MBC)’뉴스데스크’ 내용이 ‘대통령이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사과를 하고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그 사과가 대단히 국민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잘 받아들여지고 있고 진정성 있는 사과다’처럼 청와대 출입기자가 보도를 했다. 그 보도를 보고 ‘이 사람들이 순장조야?’ 이런 이야기들을 (주변 사람들과)했다. 이 분들이 정권과 같이 완전히 함께 무덤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구나… 정말 상상하기 힘든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언론환경이 개선이 되면 MBC에 복귀할 생각이 있나.

“지금 해고무효판결이 고등법원까지 났다. 대법원이 남았는데 아마 무효로 나올 거다. 증거 없이 해고했다고 (MBC 고위 간부들이)‘자백’을 한 상태기 때문에… 공영방송 개혁이 한국 언론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회가 주어지면 (MBC에)가서 나도 방송을 다시 추스르고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뉴스타파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내가 몸담았던 MBC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도 굉장히 크다고 본다.”

-최순실 게이트를 보며 김기춘 전 실장에 대해 상념이 교차할 듯하다.

“이미 1970년대 당시 정권유지에 굉장히 큰 역할을 했던 분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비서실장으로서 상당 부분 역할을 했다. 내가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최순실씨의 집에서 정권초기부터 정권설계를 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보도들도 있더라. 그렇게 머리가 좋고 (그림을)크게 보는 분이, 굉장히 경험이 많은 분이 왜 오늘날 이런 사태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이 지경까지 오도록 만들었을까. 그 사람도 권력욕 때문에 국민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기 보다 충성하고 반대급부를 받는, 그런 단견을 가지고 일을 대처해 온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최순실 게이트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보수주의자라면 기가 차고 팔짝 뛸 사태이지 않나. 본인은 부인을 하지만 내가 아는 김 전 실장은 아마 알았을 거다. 몰랐으면 무능한 건데, 무능한 분은 절대 아니다.”

-영화로 만난 보수적 관객은 없었나.

”전주에서 상영회 뒤 질의응답 시간에 이런 관객 질문이 있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대한민국에 간첩 2만명이 있다’고 말하는 장면과 관련해 2만명 간첩에 대한 영화는 언제 만드실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관객이 새누리당 시의원이었다.”

-PD, 감독 중 어떤 호칭이 더 좋나.

“감독이라는 호칭은 나한테 어울리지도 않고 거북하다. 그래서 배급사 직원이나 같이 일하는 스태프에게 처음에는 감독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그러지 말라 하니 불편해 하는 거다. 영화계에서는 감독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내가 익숙해져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요즘은 PD라고 부르면 조금 이상하다.”

-‘자백’을 만든 뒤 얻은 게 있다면.

“스토리텔링하는 방식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은, 내 나름의 통찰을 가지게 된 것 같다. TV에서 한 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많이 만들었는데, 영화하고는 또 다르다. 더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또 한편으로는 이 영화라는 게 너무나 많은 걸 요구하는 장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겁도 나다. 이 정도로 많은 걸 쏟아 넣을 줄 알았으면 (영화를 하겠다는)판단을 다시 했을 수도 있다(웃음). 이런 주제로 만든 영화가 이 정도 규모로 개봉하기는 처음이다. 이런 류 영화들이 많은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음 작품으로 이런 영화를 찍어보고 싶나.

“뉴스타파가 제보를 많이 받아 취재를 많이 하고 있다. 만약 한다면… 그런데 자신이 없다. 신인감독이 다음 작품 뭐 하겠다고 말하면 욕 먹지 않나. 그런데 대한민국 사회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다룰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진행=오동진 영화평론가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정리=정우진 인턴기자(연세대 사회 4년)

● ‘영화담담-최승호PD편’ 더 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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