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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의 시 한 송이] 밤

입력
2016.10.3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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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남은 장면이 있다는 뜻입니까. 아직은. 다른 국면이 있다는 뜻입니까. 아직은. 체념은 안 된다는 말입니까. 아직은 잠이 들면 안 되고 쉽사리 죽음으로 가면 안 된다. 잠든 사람과 죽은 사람은 그림에 불과하다(셰익스피어, ‘맥베스’). 비참을 존엄으로 세우라는 뜻입니까. 불가능을 가능으로 역전시키라는 뜻입니까.

밤이 한 가지 키워주는 것은 불빛이고 밤이 마지막으로 키워주는 것은 사랑이라면, ‘아직은’은 불빛이 될 칠흑이고 그 칠흑을 놓치지 않는다면 밤이 마지막으로 키워주는 사랑을 만난다는 것입니까.

사랑, 그 먼 나라의 단어를 지금은 모르겠고. 다만 하늘과 한 세상의 목마름을 나누어 지닌 우리 손에 칠흑이냐 불빛이냐가 달린 것은 명확하고. 그래서 다시 읽습니다. 자꾸 읽습니다. 아직은 똑똑히 보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아직 든든하게 결합되어 있다.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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