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라호이 총리 재신임 통과
밖에선 4000 시위대 반대 집회
10개월 간 이어졌던 스페인의 무정부 상태가 29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스페인 의회가 중도우파인 국민당(PP)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체제를 재신임하면서다. 하지만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해 여소야대 상황에 직면하게 된 국민당은 입법활동이 제약되는 등 절름발이 식 국정운영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페인 하원은 이날 국민당의 라호이 총리 후보 신임 투표를 벌여 찬성 170표, 반대 111표, 기권 68표로 통과시켰다. 라호이 총리는 투표 직후 “우리는 정부의 활동 없이도 지난 300일간 살아남았다”면서 “하지만 충분한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수많은 장애물을 뛰어넘고 정부를 운영해나갈 수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라호이 총리가 이끄는 국민당은 2011년 집권 이후 지난해 12월과 올 6월 등 두 차례의 총선에서 모두 제1당의 자리를 지켰지만, 과반의석 확보에 연이어 실패했고 이후 연립정부 구성에도 난항을 겪어왔다. 제1야당인 사회당과 반(反) 긴축정책을 주장하는 급진좌파정당 포데모스가 라호이 총리의 연임을 강하게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구성 시한이 이달 말로 다가오면서 상황이 급격히 변했다. 이달 말까지 정부 구성에 실패할 경우 의회를 해산하고 스페인은 또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한다. 총선 피로감을 호소하는 국민들의 다수 여론에 사회당은 마지 못해 지난 23일 이번 총리 신임 투표에서 기권하는 방식으로 라호이 총리 체제 출범을 사실상 승인하기로 결정했다.
라호이 총리 체제가 우여곡절 끝에 탄생했지만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국민당은 6월 총선에서 전체 350석 중 137석을 얻는데 그쳐 사회당(85석)과 포데모스(71석)가 연합할 경우 입법과 정책 추진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라호이 총리는 32석을 얻은 중도우파 정당인 ‘시우다다노스’와의 연합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라호이 총리의 집권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도 여전히 거세다. 이날 의회 밖에서는 약 4,000명의 시위대가 국민당의 부패 의혹 등을 제기하며 라호이 총리의 재취임을 반대하는 집회를 벌였다.
라호이 총리의 첫 국정운영 시험대는 조만간 의회에서 표결이 진행될 ‘2017년 예산안’ 통과 여부가 될 전망이다. NYT는 “라호이 총리가 예산안 통과를 위해 좌파의 요구를 적절히 수용하는 협상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예산안 통과가 난항을 겪는다면 라호이 총리 체제도 조기에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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