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위안부 합의ㆍ북핵 대응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돼”
中 “외교정책 최씨로부터 비롯”
사드 등 朴정부 불신 드러내
美 “스캔들이 박 대통령 삼켜…
한국 경쟁력마저 떨어질 위기”
미국,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 주요국들이 일제히 최순실 비선실세의 국정개입으로 인해 자국과 한국 정부의 외교 관계에 적잖은 혼선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심화되면서 기존 한반도 정책 방향이 혼란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는가 하면 미중간 갈등을 야기했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청사진에 대한 의문도 배가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정부가 사드배치, 위안부 합의 이행, 북한의 핵ㆍ미사일 실험 문제 등에 있어 구심점을 상실하게 됐으며 한국의 국가 경쟁력마저 크게 저하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30일 일본 언론들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대일관계에 있어 한국정부가 향후 적극적으로 정책을 이어나가기 어렵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지지(時事)통신은 “개선 기미가 보이던 한일관계가 답보상태에 빠질 수 있다”라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통화스와프 협정 협상, 한중일 정상회의 일정 등이 불투명해졌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최순실 관련 의혹들이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 사안들을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문은 “박 정권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한일간 위안부 합의이행, 북한의 핵ㆍ미사일 실험에 대한 양국의 협력 등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양국이 힘을 모아온 군사정보보호협정은 큰 영향을 받게 됐다”고 전망했다. NHK 등 방송은 “대통령 본인이 감당해야 할 책무와 책임이 있는데 이를 다른 사람이 조종했다고 하니 한심하다”는 시민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중국 매체들도 29일부터 이어진 서울 도심의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비중있게 다루면서 “곳곳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해 한국의 외교정책 전체가 흔들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한 중국 학자가 “박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최근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경향을 보인 이유가 최씨로부터 비롯된 것 아니냐”고 지적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대외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심지어 인민일보(人民日報)해외판은 29일 “이번 사태로 사드의 미래조차 짐작할 수 없게 됐다”라며 “사드 배치 결정이 박 대통령 자신의 결심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의심이 확산된다면 실제 배치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다”고 주장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30일 “사드 배치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중 관계를 악화시킨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무너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도 박근혜 정부의 위기감이 극에 달했다고 분위기를 전하면서 정치적 불안이 경제 등 여러 분야로 확산될 수 있음을 경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조선ㆍ철강 등의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한국의 성장 동력이 약해지고 국가 경쟁력마저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고 최태민씨를 제정 러시아를 뒤흔든 요승 라스푸틴과 비교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조종하는 ‘팔선녀’ 집단을 소개하면서 “드라마같은 스캔들이 박 대통령을 집어삼키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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