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할 때마다 들르는 인터넷쇼핑몰이 있다. 직접 제작해서 파는 티셔츠나 재킷, 스카프 등이 마음에 꼭 들어서 오래 전부터 종종 가보는 곳이다. 만들어서 파는 옷가지다 보니 상품의 업데이트는 늘 느리다. 운영자의 글 솜씨도 시원찮고 홈페이지 디자인도 수수하다. 쇼핑몰 운영자의 몸매는 그다지 예쁘지 않다. 아주 뚱뚱하진 않지만 팔뚝과 어깨가 꽤나 굵고 배가 많이 나왔다. 옷태가 날 리 없지만 그녀는 대부분 스스로 모델이 되었다. “사실 이 옷은 정말 예쁜데요, 제가 입어서 그래요. 날씬한 분들이 입으면 예쁠 거예요. 저와는 다를 거예요.” 상품 설명치고는 기가 찰 노릇이다. 가끔은 다른 모델을 쓰기도 했다. “거봐요. 날씬한 모델이 입으니 괜찮죠?” 희한하게도 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에 그만 구매 버튼을 누른 적이 많다.
그녀는 한 번씩 김을 판다. 들기름에 구운 뒤 소금을 솔솔 뿌린 김 말이다. 프렌치 스타일 코트와 에나멜 메리제인 슈즈 사이에 덜렁 낀 김이라니. 집 앞 가게에서 구운 김을 팔고 있는데 먹어보니 맛있더란다. 맛있는데도 사람들이 잘 몰라 안 팔리는 것이 마음에 걸려, 그래서 자신이 판단다. 나는 그 김을 사지는 않았지만 한참을 웃었다. 또 오래 전 어떤 날, 광우병 파동이 한참일 때엔 상품 대신 ‘MB OUT'이라는 피켓을 올려놓기도 했다. 소고기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데 작금의 현실이 가슴 아프다는 이유였다. 옷을 팔다가 김이 맛있어서 김도 팔고 광우병 파동에도 참견하는 그녀의 오지랖이 귀여워서 나는 수년째 단골이다. 며칠 째 그녀의 쇼핑몰에는 업데이트가 없다. 참견해야 할 것들이 많아 아마 바쁜 모양이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