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분한 상을 거절해야 하겠습니다. 저의 자발적 거부의사를 불쾌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1958년 10월 29일, 스웨덴 한림원은 발칵 뒤집혔다. 러시아에서 날아온 한 통의 전보는 노벨상 창설이래 처음으로 수상을 거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발신인은 그 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보리스 페스테르나크였다.
러시아의 시인이자 작가였던 그는 1956년 소설 ‘닥터 지바고’에서 여주인공 라라와 군인 파샤, 그리고 의사 지바고를 통해 러시아 혁명의 시작과 완성을 그렸다. 전쟁과 혁명 속에서도 인간의 사랑을 잃지 않는다는 인간존엄의 내용을 다룬 이 소설은 이듬해 11월, 18개국 언어로 번역돼 독자들의 큰 반향을 일으키며 노벨상 수상위원회인 한림원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정치상황은 작가가 기쁜 마음으로 상을 수상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혁명의 잔혹함과 당시 사회상을 담은 내용을 들어 구 소련 출판사들은 출판을 거부했고 작가동맹은 그의 제명과 국외추방을 주장했다. 결국 그는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흐루시초프에게 ‘조국을 떠나는 것은 내게 죽음과 같다’는 탄원서를 쓰며 노벨상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추방은 면했지만 파스테르나크는 이후 작가로서의 동력을 잃었다. 펜을 놓고 번역작업을 주로 하던 그는 1960년 5월 암 투병 중 사망했고 30여 년이 지나서야 러시아에서 책이 출간되며 89년 아들이 대신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파스테르나크 외에도 노벨상을 거부한 이는 또 있다. 64년, 프랑스 작가 장 폴 사르트르는 ‘모든 훈장과 명예를 거부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문학상을 거부했고 73년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레둑토 베트남 총리는 “아직 베트남에 평화가 오지 않았다”며 상을 거부해 화제가 됐다.
한림원은 올해도 고민이 많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미국 가수 밥 딜런이 수상 여부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딜런은 노벨상 발표 2주 후인 지난 28일에야 “영광스런 상에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손용석 멀티미디어부장 st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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