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이나 특수분야를 다룬 드라마들이 많아지면서 리얼리티에 대한 시청자들의 요구가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지, 그리고 얼마나 전문성을 확보했는지에 따라 드라마의 완성도가 판가름 나는 경우도 많다. 제작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25일 종영한 tvN 드라마 ‘혼술남녀'는 노량진 학원가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실제 공시생(공무원시험 수험생)들과 강사들의 도움을 받았다. 노량진의 유명 국어강사인 이선재씨는 제작 자문뿐 아니라 두 차례 출연도 했다. 1타 강사 진정석(하석진), 개인기와 퍼포먼스에 강한 행정학 강사 민진웅(민진웅), ‘공시 낭인’ 기범(샤이니 키), 성실한 수험생 동영(김동영) 등 주요 캐릭터도 실제 사례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안상휘 CP는 “제작팀의 조연출이 노량진 학원강사 출신으로 방송사에 입사한 늦깎이 PD”라며 “그 덕분에 공시생들의 고민뿐 아니라 그 반대편 학원강사들의 애환까지도 세밀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달 16일 방영되는 MBC 새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는 체육 유망주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다. 역도와 수영, 리듬체조 등 각 종목별로 국가대표급 선수와 코치가 참여하고 있다. 전 역도 국가대표팀 트레이너가 촬영 현장에서 자문을 담당하고, 한국체육대학 역도부 4학년인 김철유 선수가 주연배우 이성경을 전담해 훈련시켰다. 리듬체조 국가대표 출신인 김경아 백석예술대 뮤지컬학과 교수가 리듬체조를, 현재 경남도청 수구팀에 소속된 국가대표 상비군 이세훈 선수가 수영 자문을 맡았다. 제작 관계자는 “촬영 때 부상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의학드라마는 더하다. 내달 7일 첫 방영을 앞둔 SBS 새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경우 의료 자문을 맡은 전문의가 촬영장에 날마다 상주하고 있다. 연출자 유인식 PD는 기획 단계에서 대형 종합병원 출신 응급의학 전문의 강정희씨를 초빙했다. 강씨는 미술팀 회의까지 참석해 소품 구입과 세트 제작에도 도움을 줬다. 유 PD는 “전문의가 촬영 후 오케이컷을 함께 고를 정도로 제작 전반에 긴밀하게 참여하고 있다”며 “그분이 1번 감독, 내가 2번 감독이라는 농담도 할 만큼 기여도가 크다”고 말했다. 다른 현장 관계자는 “의사들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꼼꼼히 챙기는 모습에서 의사로서의 소명의식까지 느껴지더라”며 “일부의 허술한 디테일이 전체적인 완성도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앞으로 드라마 현장에서 전문가들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전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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