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아버지인 최태민씨가 41년 전 주관한 종교행사에 당시 23세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연설하는 동영상 자료가 28일 KBS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KBS가 공개한 영상은 1975년 5월 4일 대한구국선교단 구국기도회 현장을 촬영한 것으로 최태민씨와 영애(令愛) 박 대통령이 함께 등장한다. 이날 행사에서 박 대통령은 명예총재로 추대돼 연단에 올라 마이크 앞에 서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이어 일주일 뒤 열린 또 다른 기도회에서도 박 대통령은 연단에 섰고, 화면에는 눈물을 흘리는 듯한 표정으로 기도하는 여성 신도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최태민은 1970년대 초반 영세교(영세계)라는 사칭 교단을 세우고 교주 행세를 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신문 광고, 박정희 정권 중앙정보부 수사자료 등에 따르면 최씨는 난치병을 치료한다고 주장하는 등 사이비 종교 행각을 벌였다. 1975년 4월부터는 영세교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대한구국선교단’이라는 종교단체를 만들어 총재를 맡았다. 최씨가 ‘목사’로 불린 것은 이 시점부터인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 행사에 개신교 목사들이 참석하기도 했고 박 대통령도 최씨를 “최 목사”로 불렀다. 최씨는 1976년에는 ‘새마음봉사단’을 만들었고 박 대통령을 총재로 추대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는 이 단체에서 ‘전 국민 정신개조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독교계는 최씨가 신학교육을 받은 적도,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적도 없다고 보고 있다. 최씨는 1975년 4월 ‘대한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개신교계에서는 이런 교단의 실체를 알 수 없고 있었다고 해도 사이비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의 ‘영세교’는 교세, 정식교리, 유인물 등이 전혀 없어 종교단체로 분류할 근거 자체가 없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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